"LG 최대주주 등극 무리 없어"...문제는 1조 상속세
[서울=뉴스핌] 김지나‧조아영 기자 = 40대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지휘권을 잡았다. 구광모 회장은 스마트폰, LCD 패널 등 부진한 기존 주력사업의 부활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아 LG그룹을 한단계 도약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LG의 '위기론'…구광모 新사업 경영능력 입증해야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 임시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구광모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이 유력하다. 2018.06.29 leehs@newspim.com |
현재 LG그룹은 전장사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지목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구광모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각 계열사 사업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챙긴다. LG그룹의 수장으로 올라선 구광모 회장의 역할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각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큰 그림과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다.
구 회장은 2014년과 2015년 (주)LG 시너지팀에서 그룹의 주력사업과 미래 산업을 챙기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스스로 미래 산업을 주도하며 이끌어 본 현장 경험은 없다.
LG그룹이 직면한 산업 환경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초부터 LG그룹 경영을 총괄해 왔던 구본준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LG그룹 '위기론'을 외쳐왔다.
구 부회장은 최근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 모임 '글로벌CEO전력회의'에서 반도체처럼 독보적 기술력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가 없어 자칫하다가는 LG그룹 사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만년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고,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 역시 업황이 언제 회복될 지 앞날이 불투명하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 구광모 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사례 없이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그룹 수장 자리에 올라섰다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다.
LG그룹 관계자는 "LG그룹은 지주사 체제기 때문에 각 계열사 사업과 관련된 부분은 전문경영인들이 챙기고 있다"면서 "다른 그룹 총수들과 똑같은 경영 능력 입증의 잣대를 두고 구 회장을 바라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직 현장 경험이 부족한 구 회장의 부족한 부분은 당분간 60대로 현장 경험과 사업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6명의 부회장단이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기업의 경영과 성장 계획이 이미 잡혀있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 수장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점은 크게 없을 것"이라며 "한두 달 정도 경영권 승계로 경영에 차질이 있었다면 이것을 정상으로 돌리고, 구 회장은 그룹 전체를 아우르며 차차 자신의 색깔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광모 상속세 1조...판토스 지분 활용 촉각
이외에도 구광모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수장으로 올라서기 위한 선결 조건 중 하나는 (주)LG 지분 확보다.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다면 (주)LG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상속세다.
현재 (주)LG는 구본무 회장이 지분 11.28%(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고, 이어 구본준 부회장이 7.72%, 구광모 회장 6.24%,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45%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었던 구광모 회장은 2004년 아들이 없는 故구본무 회장의 아들로 입적된 후 (주)LG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광모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는다고 가정하면 상속세 규모만 약 1조원이다. 구 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하는 방안 중 하나로 제기되는 시나리오는 판토스 지분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LG 비상장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을 7.5% 보유하고 있다. 판토스 순자산 가치를 따져봤을 때 구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1000억원 안팎대로 추산된다.LG가(家) 형제와 친척 간에 지분 확보 경쟁을 통해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희박한 구조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날선 규제를 하고 있어 판토스 지분을 팔아 현금화시키거나 상장시켜 상속세 납부에 활용하는 것은 구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판토스가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은 전체 매출의 70%에 육박한데 판토스의 친족 지분이 19.9%여서 0.1% 친족 지분 부족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 지분 20%가 넘어야 적용된다. 편법적으로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입장에선 주식담보대출이나 일부 지분만을 먼저 인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지분을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구 회장이 (주)LG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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