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만배럴 증산에도 상승 베팅 후끈..트럼프 영향력 사우디 눌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 유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자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시장 지배력을 둘러싼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루 100만배럴의 증산 합의에도 트레이더들이 유가 상승에 공격적으로 베팅, 원유시장의 중앙은행이나 다름없는 OPEC이 유가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얘기다.
2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 후반 1.1% 랠리하며 배럴당 73.56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 때 WTI는 74.03달러까지 오르며 2014년 11월25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0.1% 완만하게 오르며 배럴당 77.61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이 7월부터 하루 100만배럴 증산에 돌입하기로 합의한 이후 11%에 달하는 랠리를 연출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원유 공급 물량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국제 유가가 OPEC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주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유 시장 컨설팅 업체인 라피디안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넬리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제재를 본격화하는 상황에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 급등을 막아낼 수는 없다”며 “최근 유가 급등은 이 같은 논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동맹국들에게 이란으로부터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앞서 유럽 정제 업체와 트레이더들은 이란산 원유 거래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란의 현재 원유 공급량은 하루 240만배럴에 이른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제재로 인해 공급 물량이 6개월 이내 최대 100만배럴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원유 재고 감소도 유가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 주 사이 원유 재고 물량이 99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들어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