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용 H형강 생산 목표 달성…국내는 물론 수출도 늘어
"남북철도 연결 대비 철도레일 생산 확대 준비"
[포항=뉴스핌] 전민준 기자= “아들과 포항 시내를 걷다가 갓 지은 건물에 ‘현대제철 H CORE 사용’이라는 푯말을 보면 우리가 만들었다는 생각에 자랑스럽습니다. 특근을 통해서라도 주문량을 맞추자는 게 현장의 분위기입니다.”
지난 26일 현대제철 포항 대형H형강 공장에서 만난 전재선 대형 압연부 차장은 “내진강재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내진용 H형강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남은 6개월여 동안 의미 있는 수주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내진용 강재 브랜드 ‘H CORE’를 출시한 뒤 올해 상반기 11만 톤 정도의 내진용 H형강을 생산,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올해 상반기 생산한 전체 H형강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제철은 올해 하반기에도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에서 수주를 기반으로 내진용 H형강 19만 톤 추가 수주를 기대, 최대치를 자신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내진용 H형강 [사진=전민준 기자] |
◆ “1500℃ 가열로에서 뽑아내는 대형 H형강”
비가 내려 제법 쌀쌀했던 이날 포항 대형 형강공장은 무려 1500℃ 이상의 열기를 뿜어내면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가열로에 등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주문량을 기한 내에 납품하기 위해 공장 내부는 쉼 없이 압연기가 움직이고 절단이 이뤄지는 소리로 가득 찼다.
전 차장은 “국내외 각지에서 수주하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현지에서 요구하는 품질과 형태에 완벽히 대응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품질도 중요하고 기한 내 제대로 납품할 수 있도록 모든 근로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진용 강재는 말 그대로 지진을 견디는 성능을 갖춘 제품이다. 내진용 강재는 일반 강재 보다 지진과 같은 외력에 대해 저항하는 성능이 높다. 건물 전체가 구조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면서 붕괴를 지연시켜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내진용 강재는 철근과 후판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곳 포항 대형 압연공장에서 뽑아내는 것은 H형강이다. H형강은 건축물 ·선박 등의 대형 구조물의 골조나 토목공사에 널리 사용되는 단면이 ‘H형’인 형강으로 열간압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연산 70만 톤 규모인 하나의 H형강 설비에서 일반 H형강과 내진용 H형강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
내진성능을 높여야하기 때문에 일반 H형강 생산과정엔 없는 추가적인 기술이 들어간다. 바로 수냉설비(QTB, Quenching&Temperring of the Bar)다. 일반 H형강은 소재를 200톤 가열로에서 1500℃로 가열한 뒤 압연과 냉각, 절단을 거쳐 탄생한다. 그러나 내진용 H형강 경우 냉각과정에서 수냉설비를 사용해 일반 형강보다 20% 이상 빠르게 냉각시킴으로써 더욱 단단하고 견고한 제품으로 탄생한다.
전 차장은 “수냉설비는 현대제철이 수많은 경험과 이론을 접목시켜 탄생한 것이다”며 “H CORE에서 가장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 설비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내진성능이 확보된 SHN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내진용 철근 SD400S를 출시하는 등 내진용 강재 분야를 선도해왔다.
개발 초기 내진용 건축자재에 대한 산업규격이나 수요처도 없었지만 현대제철은 건축물 안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R&D에 나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내진용 강재 시장을 개척했다. 자동차용 초고장력 강판처럼 현대제철의 고부가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개발한 내진용 강재는 국내 주요 건축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IFC, 일산 킨텍스 등에 적용됐다. 해외 화력발전소와 제2 남극기지 등 극한의 환경에 건설된 구조물에도 사용됐다. 앞으로 서울 시내 초고층 빌딩이 잇따라 지어질 예정인 만큼 내진용 강재 수요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내진용 강재 전문브랜드 H CORE를 출시,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전 차장은 “품질과 기술에 있어서 현대제철이 국내 최고다”며 “앞으로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철도레일.[사진=전민준 기자] |
◆ “남북철도 연결 대비해 철도레일 생산 확대 준비”
현대제철은 포항에서 H형강과 함께 철도레일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0만 톤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매년 8만 톤 이상의 생산 실적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 기존 설치했던 철도레일 중 노후화로 교체가 필요한 곳에 납품하는 물량이다. 다시 말하면 판매는 꾸준하지만, 신규 수요는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철도산업 활성화에 따른 신규 판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포항공장 실무진들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대비해 철도 레일 연간 생산체제를 현재 10만 톤에서 30만 톤까지 늘리기 위한 투자에 대한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남북철도 연결이 현실화 하면 곧바로 투자를 실행한다는 게 현대제철 측 설명이다.
장우혁 현대제철 포항공장 홍보팀 차장은 “철도레일 사업은 매우 경쟁력 있는 사업"이라며 “남북경협에 따른 수혜가 있겠지만 공사 시작해서 실제 제품을 납품하는 데까지는 3년 이상 걸리는 만큼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