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위드유 이어 탈코르셋 운동..여성해방 목소리
"꾸밈 노동 하지말자" 화장·브래지어·긴머리 거부
"가치 강요한다" 비판엔 "사회통념 벗어나자는 취지"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20대 여성 이정현 씨는 출근할 때 더 이상 화장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옅게 하다 이제는 아예 맨얼굴로 집을 나선다.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브래지어도 입지 않는다. 패드와 와이어, 후크가 없는 브라렛을 착용하다가 지금은 그것도 벗어 던졌다. 여름이 오자 ‘노브라’가 살짝 걱정됐지만 편안함에 요즘 살맛이 난다.
이씨의 변신은 '나답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날 옭아매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싱긋 웃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이씨처럼 흔히 말하는 ‘여성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번지는 ‘탈(脫)코르셋’ 운동이다. 문자 그대로 코르셋(corset)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원래 체형 보정용 속옷을 뜻하는 코르셋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규범을 상징하다.
탈코르셋 운동은 화장, 가슴을 압박하는 속옷, 긴 머리, 치마, 제모, 몸매가 들어나는 의상 등을 거부한다. 타인의 시선에 억지로 외모를 치장하지 않고 여성의 주체성을 되찾자는 취지다.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는 자각에서 비롯하기도 한다.
특히 탈코르셋은 페미니즘의 연장으로 주목 받는다. 근래 들어 미투(Metoo) 운동으로 여성의 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수많은 여성들이 맨얼굴과 스포츠 컷, 심지어 삭발까지 인증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댓글에는 응원과 함께 여성해방을 부르짖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관련 유튜브 영상도 인기다. 조회 수가 수십 만회에서 많게는 150만회가 넘는 영상도 있다. 이씨 역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반응도 제법 좋다.
물론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이씨는 “노브라로 다니면 눈을 마주칠 때까지, 혹은 마주쳐도 계속 불쾌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있다”며 “내가 여성이건 남성이건 남의 신체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무례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또 다른 강요와 억압이라는 싸늘한 시선도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일부에서는 이 운동이 화장하는 여자를 무지몽매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치를 강제한다는 비판이나 ‘너희가 예쁘지 않으니까 예쁨 자체를 부정한다’는 조롱도 들려온다.
이씨는 “무조건 탈코해라. 하지 않으면 안된다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 사회가 만든 미의 기준에 충족하려고 애쓰지 말자는 것”이라며 “겉모습에 신경 썼던 우리의 관심을 나 자신의 행복으로 돌리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탈코르셋 운동을 통해 이들이 바라는 것은 뭘까. 이씨는 “모든 여성들이 좀 더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화장한 얼굴과 웨이브진 긴 머리, 꽉 죄는 브라가 여성의 고정된 가치는 절대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회, 여기에 조그만 힘을 보태는 데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