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명칭 사용한 대학교, 새로운 식별력 형상돼야 상표권 인정”
“‘아메리칸 대학교’ 명칭 미국 유학준비생 등에 상당히 알려져”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대법원이 ‘아메리칸 유니버시티’(American University)의 상표권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과거 ‘서울대학교’ 상표를 인정한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아메리칸 유니버시티가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과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으나 다른 표장과의 결합으로 본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을 떠나 새로운 관념을 낳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며 “지리적 명칭이 대학교를 의미하는 단어와 결합돼 있는 상표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월 ‘서울대학교’라는 상표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으로만 된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판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위에서 본 법리에 배치된다고 볼 수 없어 이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이 사건 대학교의 연혁, 학생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AMERICAN UNIVERSITY'의 실제 사용내역 등에 비춰볼 때, 미국 유학준비생 등 수요자에게 원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대학교의 명칭으로서 상당한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리적 명칭인 'AMERICAN'이 기술적 표장인 ’UNIVERSITY'과 결합해 전체로서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고 있고 나아가 지정서비스업인 대학교육업 등과 관련해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상표권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고영한·김창석·김신·조재연 등 4명의 대법관은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 하면서도 “‘AMERICAN'과 ’UNIVERSITY'의 결합만으로 ‘본질적인 식별력’이 인정돼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조희대 대법관도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 했지만 “대학교의 고유 업무와 무관한 분야와 관련하여 등록출원된 것이라면, 그 자체로는 여전히 본래의 지리적 의미 등이 남아 있어 식별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그 표장이 수요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져 특정인의 상품출처표시로 인식되기에 이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별개의견을 제시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