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앨범 10집 ‘자우림’ 발매…‘영원히 영원히’ 등 10곡 담아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1997년 ‘일탈’로 가요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남다른 가사로, 남다른 보이스 컬러와 음악적인 색깔로 로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런 자우림 밴드가 어느덧 데뷔 21주년을 맞이했고, 22일 정규앨범 10집을 발매한 중견가수가 됐다.
정규앨범 10집 ‘자우림’은 타이틀곡 ‘영원히 영원히’를 포함해 10곡을 가득 채웠다. 혼성 밴드가 20년을 함께 한 것도 처음인데, 아직까지도 정규앨범을 고집하는 자우림을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자우림 밴드(왼쪽부터 베이스 김진만, 보컬 김윤아, 기타 이선규)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지난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를 기점으로 곡 작업 방식을 바꿨어요. 이전에는 밴드의 장점을 살려서 에너지를 살리고 즉흥적인 부분을 살리려고 했지만, 적정선에서 멈췄거든요. 9집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고 더 좋은 사운드를 내려고 서로를 들들 볶았어요(웃음). 정교하게 하고 싶더라고요. 새로운 방식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9집과 이번 앨범의 차이를 꼽자면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 더 정교해졌다는 거예요.”(김윤아)
“어릴 때부터 들은 음악들이 모두 앨범 위주였어요. 한 두 곡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보다, 앨범 한 장에 이야기를 담아서 풀어나가는 게 편하더라고요. 아직까지 자우림이 잘할 수 있는 건, 앨범을 내는 일인 것 같아요.”(이선규)
정규 10집은 트랙리스트도 정교하게 짜여있다. 별개의 이야기같지만, 1번부터 3번 트랙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1번 트랙 ‘광견시대(狂犬時代)’는 폭발적인 사운드로 자우림 앨범의 시작을 알린다.
자우림 밴드 보컬 김윤아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광견시대’는 2집 ‘낙화’, 5집 ‘광야’와 같은 맥락이에요. 9집의 ‘디어 마더(Dear Mother)’도요. 지금 학생들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교육을 받아요. 도덕성과 인생관은 중요하지도, 묻지 않는다는 은연중의 교육이죠. 사회에 나가면 성과만 중요하고요. 밟을 수 있는 애들을 모두 밟고 올라가면 ‘승자’가 되는 교육이요. 이런 부분으로 시작한 노래에요. 이런 이야기를 폭발적인 사운드로 터뜨렸을 때, 과거보단 지금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번 트랙에 실었고요. 이 노래는 라이브에서 아주 끝내줄 곡이 될 거예요. 하하.”(김윤아)
“이번 앨범도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꽤 있어요. 지금 시대가 분노가 많은 세상인데, 사회적 약자가 분노하면 방법은 잘못됐지만 이해는 되잖아요. 그런데 사회적 강자의 분노가 폭발하면 느낌이 다르죠. 뉴스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꽤 보도됐고요. 그래서 뉴스에서도 영감을 얻기도 해요.”(김진만)
자우림은 매번 사회에 대한 쓴 소리를 곡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리고 이런 곡들이 자우림과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뉴스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리고 현재는 SNS에서 곡의 영감을 받고 있다.
자우림 밴드 베이스 김진만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데뷔했을 때 사회와 지금의 사회는 정말 많이 달라요. 국가 전체로 보면 수치가 성장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배경은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제가 만약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이라고 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막막했을 거예요. 적합한 롤모델조차 없고요. SNS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뭘 공유하는지,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 그들의 감정을 날것으로 볼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광견시대’ 같은 곡이 나오게 됐고요. 저도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SNS를 보면 모두 같은 친구들 같아요. 그래서 일상을 공유하고 나누는 기분이 들고, 그게 노래가 되는 거고요.”(김윤아)
자우림은 음악적인 트렌드를 쫓아가는 밴드는 아니다. 지금 가요계가 힙합과 EDM에 열광하고 있지만, 자우림은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이 가요 트렌드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자우림은 트렌드를 쫓아간 적은 없어요. 그렇다고 트렌드를 놓친 적도 없죠. 너무 저희 자랑 같아서 좀 그렇죠? 하하. 그렇기 때문에 20년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년 전의 저희 노래를 젊은 분들이 듣고 공감하는 걸 보면 그게 자우림의 힘인 것 같아요. ‘일탈’이라는 단어를 주면 아직 저희 노래 가사를 떠올리더라고요. 그때는 그게 지나치게 트렌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요. 이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음악을 해올 수 있었던 ‘자우림의 힘’이죠.”(이선규)
자우림 밴드 기타 이선규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저희가 그때 가장 하고 싶었던 걸 해왔어요.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죠. 자우림이니까요.”(김진만)
20년간 함께 해오면서 위기 아닌 위기도 있었다. 힘든 시기도 분명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때마다 터닝포인트가 됐던 것이 바로 방송이었다고.
“위기는 아니고 5년, 10년, 20년을 하다보면 나태해지거나 힘들어질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운이 좋게 괜찮은 타이밍에 음악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나는 가수다’였고, 이번에는 ‘비긴 어게인2’이고요. 몰랐던 걸 많이 경험했죠. (김)윤아가 ‘나 스스로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이번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생각해보면 자우림은 운이 참 좋네요.”(이선규)
자우림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자우림의 목표는 다른 밴드와는 다르다. 김윤아는 “앨범이 더 좋아질 수 없을 때 그만 두는 것이 목표”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번 앨범을 통해 바라는 점은 딱 하나였다.
“앨범이 더 좋아질 것 같지 않을 때 그만둘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그랬으면 좋겠고요. 음악이 나빠져서 안 좋게 끝내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야 팬들에게도 좋은 음악으로만 기억될 것 같아요.”(김윤아)
“이번 앨범을 통해 바라는 거요? 그냥 20년 후에 들어도 안 어색한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이선규)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