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나란히 부진
외국인 매도세에 하방 압력 심화...연중 최저치 접근
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 반영 지연으로 실적 우려↑
“단기 시황 회복시 주가 반등” 긍정적 전망도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외국인의 증시 이탈로 대부분 업종이 조정을 겪는 가운데 화학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수기 진입과 함께 실적 및 주가 반등을 노리는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에 고유가까지 겹치며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실제 국내 화학업계 빅3로 꼽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의 주가는 연중 최저 수준까지 밀려난 상태다.
주요 화학 종목 2018년 주가 추이. <자료=삼성증권> |
19일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1만7000원(4.64%) 내린 3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최근 38만원까지 오르며 상승하던 주가는 다시 35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같은 날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도 각각 1만5500원(4.19%) 하락한 35만4000원, 1450원(6.07%) 빠진 2만2450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5일 이후, 한화케미칼은 연중 최저치를 터치했다.
여기에 또 다른 주요 화학주로 분류되는 대한유화, 전체 사업에서 화학 사업의 비중이 50%에 육박한 SK이노베이션 역시 3% 넘게 하락했다.
이처럼 화학업종이 조정을 겪는 것은 업종 내 요인보다는 유가 급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외생변수 때문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올 들어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여파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이란 핵협정(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주요 산유국이 집중된 중동의 정세가 다시 혼돈에 빠졌기 때문인데, 여기다 국내 정치 불안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마저 급감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화학 업체들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화학 사업의 기초가 되는 나프타(Naphtha) 가격이 상승하지만 제품가격도 함께 오르면서 저가 원료 투입 시차에 따른 재고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 속도가 빠르면 재료 원가 인상 속도를 제품가격이 따라가지 못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화학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18%가량 줄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화학 주요 원재료 가격 추이. <자료=KTB투자증권> |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공급원료가 다양한 화학업종은 국제유가 상승에 민감하다”며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국면이 지속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지속되는 것 또한 악재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거래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한화케미칼 역시 20%를 넘나들며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기준금리 인상 결정 이후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서며 이들 종목의 낙폭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3개 종목에서만 약 13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과 대한유화까지 합치면 매도금액은 2500억원에 육박한다.
다만 현재로선 하락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높다. 유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작업이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것.
또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산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기점으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될 경우 재고 조정 기간을 감안할 때 반등을 시도할 여지도 충분하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월 이후 화학 시황이 약세를 보인 것은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일시적인 재고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며 “하지만 재고가 점진적으로 감소중이고, 2020년까지 화학제품 설비 증설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 시황이 회복하면 주가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