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사실상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팔자’가 쏟아졌다.
중국의 보복 관세 및 미국 상품 보이콧 등 앙갚음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 받는 자동차와 소비재 섹터가 가파르게 하락하며 증시 전반의 약세 흐름을 주도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287.26포인트(1.15%) 내린 2만4700.21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11.18포인트(0.40%) 하락한 2762.57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21.44포인트(0.28%) 떨어진 7725.59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 지수는 6거래일 연속 하락, 15개월래 최장기 내림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대상을 총 4000억달러로 높여 잡으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중국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가뜩이나 신용사이클이 꺾이는 상황에 글로벌 1~2위 국가의 무역 마찰이 실물경기 하강 리스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전면전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악재에 해당하지만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일부 헤지펀드 업체는 1~2년 이내 미국에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에 보복에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로 추가 관세 계획을 발표한 한편 중국이 재차 보복할 경우 2000억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을 관세 대상에 새롭게 편입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시행하기 어려울 경우 미국산 제품 보이콧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다른 통로를 이용해 앙갚음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자동차 메이저와 애플 등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애플이 2% 가까이 내렸고, 제너럴 모터스(GM)과 포드가 각각 4%와 1% 선에서 하락했다. 두 개 자동차 업체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각각 25%와 12%에 달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는 테슬라도 이날 5% 가까이 무너지며 지수를 압박했다.
보잉이 4% 가량 밀렸고, 캐터필러와 쓰리엠도 각각 3.7%와 2.5% 떨어졌다. 스냅이 5% 이상 급락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각각 2.5%와 0.7% 선에서 떨어지는 등 IT 섹터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완다의 스티븐 이네스 트레이더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 마찰은 위험 수위에 해당한다”며 “투자자들은 ‘리스크-오프’ 전략을 취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스펙트럼 매니지먼트 그룹의 밥 필립스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무역 마찰이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편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시장 변동성은 크게 뛰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9% 이상 치솟으며 13.47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