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식 개선은 물론 법적 처벌 강화해야”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대학가 카톡방의 언어 성희롱을 비롯해 지하철 등에서 비속어로 말을 거는 식의 비접촉 성희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피해를 신고해도 소위 ‘바바리맨’이라고 말하는 노출증 환자의 공연음란죄나 언어 성희롱은 신체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불법 촬영이나 유포 등의 범죄도 10건 중 7건이 벌금형에 그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인격 살인’에 가까운 범죄이지만 실제로는 가벼운 처벌로 사건이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혜화역에서는 성차별 수사 중단 등 여성 혐오를 중단하라는 ‘2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은 “여성 유죄, 남성 무죄”, “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자료=온라인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
이번 집회는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 참여한 남성 모델의 사진을 여성이 몰래 찍고 인터넷에 유포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해당 여성을 구속한 것에 대해 여성 대상 몰카 사건도 적극적이고 엄정하게 수사와 법 집행을 하라는 여성들의 2차 시위였다.
몰래카메라(몰카) 범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도 나왔다. 지난달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는 3일 만에 34만여 명이 동의했다.
2018.06.05. justice@newspim.com <사진: 청와대 국민 청원 캡쳐> |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3일 시내버스나 버스 정류장, 거리를 오가며 치마 입은 여성 8명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짧은 치마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달 강남의 한 스포츠 센터 대표는 여성 회원들의 성기 부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다 회원들에게 발각돼 곧바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대표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경찰은 대표가 초범이란 이유만으로 훈방 조치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언어 성희롱 등 비접촉 성범죄와 공연음란죄, 불법 촬영에 대한 처벌이 가볍게 다뤄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율 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촬영 기술과 도구들이 발달해 침해의 방법과 그 수위가 갈수록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몰카 촬영 등에 대한 강력한 입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공보이사는 또 “몰카 촬영은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 이전에 타인의 인격과 신체에 대한 침해이므로 처벌의 수위를 높이고 행위 유형을 구체화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박영주 법무법인 신성 변호사는 “현재 상대방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말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협박 등 언어폭력은 협박죄로 처벌하지만, 비접촉 성희롱의 경우는 처벌 규정이 없다”고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비접촉 성희롱은 협박죄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불쾌감과 수치심을 줘 심리적인 상처와 타격을 입히는 것인 만큼, 하루빨리 법적 손질을 해서 처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법적 제도 개선과 함께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종대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비접촉 성희롱이나 공연음란죄, 몰카 촬영 등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가 기본적인 방어막이 되겠지만, 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교과 과정에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등 이러한 행위가 인권 침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인권 교육도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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