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부상은 오히려 '부담'…"경영자 대변 제 역할 못해"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또 동행한다. 손 회장이 문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베트남 방문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문 대통령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단체장은 손 회장이 유일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김학선 기자 |
11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 간 러시아를 방문하며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경제인 100여명이 함께 러시아로 떠난다.
러시아 방문 기간 중 '한-러 비즈니스 포럼'을 주최하는 한국무엽협회에서는 한진현 부회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김준동 부회장이 함께한다. 전국경제인엽합회에서는 상무급이 동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최근 경총 회장이 적극적으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따라나서는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총 특성상 노동 쪽에 특화돼 경영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정체성을 가진 만큼 해외 순방이 경총 입장에선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외 활동에 적극적인 손 회장의 성격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정작 경총 측은 이 같은 조직의 역할 부상에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현 정권에 눈치를 보느라 정작 '주 업무'인 노동계 이슈와 관련해 경영계 입장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총의 송영중 부회장은 거취가 논란에 휩싸였다. 송 부회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과정의 논란과 경총 사무국 직원들과의 갈등설 등이 겹치며 경총 측이 "회원사들과의 논의를 거쳐 송 부회장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송 부회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두고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양대 노총 주장에 동조했다가 여야와 다른 경제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송 부회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산업안전국장, 고용정책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4월 경총 부회장에 선임될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그 동안 경총 회원사 간에 무노조를 고수해 온 삼성과 복수노조를 인정해 온 현대차 사이에 노동계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항상 엇갈렸는데 송 부회장과 관련해선 두 측 모두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내부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장 올 7월부터 시행될 주 52시간 근무제로 산업현장에선 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제도 보완 등을 촉구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총 관계자는 "회원사 쪽에서 송 부회장 탓에 사무국 운영 자체가 막히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송 부회장의 거취를 논의하기로 했고, 경질 유무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