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섬, 여의도·밤섬·노들섬·서래섬·선유도 등 5개
철새도래지부터 정치·경제 중심지까지 각양각색
[서울=뉴스핌] 글·사진·영상 박진범 기자 = [여기!서울]은 1000만 시민의 도시 서울 곳곳의 명소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핫플레이스는 물론, 미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공간을 만나보세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한강 둔치를 신나게 달리다 곁눈질로 슬쩍 봤던 섬들. 서울에 남아 있는 다섯 개의 섬은 저마다 재밌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양화대교를 건너다 본 작고 예쁜 섬 선유도
선유도는 축구장 15개 정도 크기(11만400㎡)의 섬이다. 행정구역은 영등포구 양화동. 조선시대에는 섬이 아니라 육지에 붙은 봉우리였는데 ‘신선이 놀던 산’이란 뜻으로 선유봉이라 불렸다. 1741년 화가 겸재 정선이 이곳을 배경으로 진경산수화를 남겼을 정도로 절경을 자랑했다.
선유도는 약 80년간 아픔을 겪었다. 1925년 일제가 홍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암석을 채취해 섬 전체가 크게 훼손됐다. 1965년 양화대교가 섬을 통과해 건설됐고 1978년에는 선유정수장이 세워지면서 아름답던 옛 모습을 대부분 잃게 됐다.
섬이 명소로 다시 태어난 것은 2002년이다. 서울시는 164억원을 들여 쓸모를 다한 정수시설을 재활용, 생태 및 수생 공원으로 만들고 물을 주제로 식물원과 정화원을 만들었다.
현재 선유도에 조성된 한강공원은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거닐고, 한강과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는 데이트 코스가 됐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선유교에서 바라보는 섬과 강의 조화가 일품이다.
밤섬 [사진=박진범 기자] |
◆도심 속 철새의 땅 밤섬
여의도에서 서강대교로 진입하면 양 옆으로 녹색 습지가 펼쳐진다. 인적 없이 고요한 가운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들린다. 주변에는 빌딩과 아파트가 무성하지만 이 곳만은 한적하다. 도심 속 섬에서 비롯되는 묘한 부조화는 영화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밤섬은 밤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부터 해방 후까지는 ‘율도’로 불린 이곳은 원래 사람이 살던 곳이다. 고려시대에는 귀양지였고 조선시대에는 희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군락을 이루며 살았다. 섬이 꽤 커 주민도 많았다.
밤섬도 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다. 1968년 여의도가 개발되면서 한강 흐름을 방해한다고 ‘폭파’ 당했다. 이때 섬 내 주민들을 모두 이주시켜 무인도가 됐다.
시간이 흐르며 밤섬은 퇴적 작용을 거쳐 서서히 원래 몸집을 회복했다. 오히려 지금 면적(24만1000㎡)이 폭파 당시보다 넓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철새가 대신했다. 야생조류 49종을 포함, 세계적으로 희귀한 물새도 날아들어 2012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현재는 사람의 접근이 금지됐고, 차량으로 서강대교를 지날 때 경적을 울려서도 안 된다.
서래섬 [사진=박진범 기자] |
◆유채꽃·일몰 명소 서래섬·노들섬부터 정치금융 일번지 여의도까지
서래섬은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있는 3만3000㎡의 아담한 섬이다. 15분이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다. 1980년대 올림픽대로와 한강을 종합개발하면서 조성된 인공섬으로 매년 5월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이 때를 맞춰 방문하면 노란색으로 물든 장관을 즐길 수 있다.
노들섬은 면적 11만9855㎡의 인공섬이다. 원래 모래벌판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이촌동에서 노량진까지 철제 인도교를 건설하면서 주변 모래를 쌓아 만들었다. 조선 시대에는 ‘사촌’, 즉 모래밭 마을로 불렸으며 이 곳에서 바라 본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현재 여의도 불꽃놀이 관람의 명소다.
지금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여의도는 한 때 보잘 것 없는 모래땅이었다. 한강 범람원으로 형성돼 면적이 8.4㎢에 이른다. 잉화도(仍火島), 나의도(羅衣島), 여의도(汝矣島) 등으로 불렸는데 모두 넓은 섬이란 뜻이다. ‘나의 섬’ ‘너의 섬’ 등 말장난이 발단이 돼 여의도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여의도는 원래 농사에 쓸모가 없는 땅이었다. 그러나 현재 천지개벽 수준으로 발전했다. 1970년 마포대교, 1980년 원효대교가 개통되면서 개발이 가속화됐고, 정치·경제·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잠실도와 저자도..사라진 서울의 섬들
서울에는 과거 잠실도, 난지도, 저자도 등 다른 섬도 있었다. 지금은 육지로 연결되거나 한강 개발 과정에서 섬 토사가 사용되며 자취를 감췄다. 명칭 때문에 흔히 섬인 줄 착각하는 뚝섬은 섬이 아니다. 큰 깃발을 뜻하는 ‘독(纛)기’서 유래해 독도→똑섬→뚝섬이 됐다.
강 위에 ‘떠다니는’ 세빛섬도 있다. 면적 9995㎡의 인공섬이다. 혈세를 퍼부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영화의 단골 촬영지 및 시민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서울은 아니지만 한강 하류의 백마섬(김포)은 군사지역으로 남북 대치를 실감케하는 곳이다. 지난 2013년 43년 만에 민간에 딱 하루 개방된 바 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