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법인, 위탁수수료 등 담합 저질러
농산물 출하자에게 위탁수수료+하역비 전가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농산물 출하자로부터 받는 위탁수수료와 중도매인의 판매장려금을 짬짜미한 가락시장 내 도매업자들이 공정당국에 적발됐다. 특히 지난 20여 년간 도매법인의 신규 진입을 막고 있는 서울특별시 영업지정 제도의 개선도 요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가락농산물시장에서 농산물을 위탁판매하는 4개 도매시장법인의 담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16억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화청과·서울청과·중앙청과·한국청과·대아청과 등 5개 법인 대표자들은 지난 2002년 4월 8일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의실에서 위탁수수료를 공동으로 정하는 합의를 진행했다.
합의배경을 보면 2000년 1월 28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매시장법인들이 담합에 나선 요인이 크다. 표준하역비 부담주체가 기존 출하자에서 도매시장법인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전경 <뉴스핌DB> |
즉, 규격출하품에 대해서는 도매법인이 출하자로부터 하역비를 징구할 수 없는데도, 위탁수수료만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악용한 경우다.
이들은 종전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합의해왔다. 농안법 개정 전에는 도매법인이 출하자로부터 위탁수수료(4%)와 정액 하역비를 구분해 부과해왔다.
공정위 측은 “농안법 개정을 통해 출하자의 비용 부담 경감 등을 도모했는데도 불구하고 개정 취지와는 다르게 종전의 하역비 그대로 위탁수수료 형태로 결정했다”며 “이를 출하자에게 전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농안법 개정 이후 2003년부터 3년에 한 번씩 품목별 정액 하역비는 일괄적으로 5~7% 인상됐다. 해당 인상분은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반영됐다.
뿐만 아니다. 법인이 출하자로부터 판매위탁 받은 농산물에 대해 중도매인들의 구매를 장려하는 판매장려금도 공동 합의했다.
공동 합의에는 동화청과·서울청과·중앙청과·한국청과 등 4개 법인 대표자둘이 2006년 9월경 서울청과 회의실에 모여 진행했다. 이들은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거래금액의 0.55%에서 0.6%로 정했다.
그해 12월경 이들은 거래금액의 0.6%를 판매장려금으로 중도매인에게 지급했고 현재까지 동일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조사결과다.
다만 판매장려금을 동일하게 인상하고 그 수준으로 유지한 것은 중도매인들의 요구에 따른 행위로 인정됐다.
김근성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동화청과·서울청과·중앙청과·한국청과 기준 가락시장의 거래금액 규모가 2배(2003년 1조6000억원 2016년 2조8000억원) 증가한 상황이나 위탁수수료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 출하 농민들의 부담은 늘어났다”며 “일부 도매법인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불합리한 시장구조가 고착됐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대아청과는 거래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배추·양배추 품목에 대해 2004년 2월 1일자로 위탁수수료율을 기존과 달리 적용하는 등 공동행위 종기일이 2004년 1월 31일”이라며 “종기일 기준 처분시효(5년)가 도과해 별도의 조치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도매시장내 도매법인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을 위한 도매법인 신규지정·재심사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공정위는 위탁수수료 관련 담합방지 및 출하자 보호를 위해 위탁수수료 산정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 산정기준과 시장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등을 농림부, 서울시 등 관계부처에 권고할 방침이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