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국제회의 경험·보안 계획으로 유력 후보지 꼽혔지만…
北, 싱가포르 실무회담서 애초부터 경호·보안이 최우선 관심사
전문가 "다리만 차단하면 고립되는 센토사, 北에 최적의 장소"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미정상회담 개최장소로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이 아닌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이 최종 낙점됐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들도 '급반전'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카펠라호텔 최고급 저택형(Colonial Manor) 정원[사진=카펠라호텔] |
외교가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호를 위해 앞뒤가 꽉 막힌 '섬'으로 회담장소가 결정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샹그릴라호텔이 세계적인 컨벤션 회담장이 있어 공식행사에 적합하지만, 국제행사에 처음 등장하는 김 위원장의 경호를 극대화하기 위해 폐쇄된 회담장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요구는 북한 측에서 미국에 거듭 요청, 미 행정부가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장소는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이 큰 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커다란 성과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역사적인 장소로 남을 전망이다.
센토사 섬의 실로소 비치(Siloso Beach)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국제회의 경험 등으로 유력 후보지 점쳤던 샹그릴라 호텔, 北은 더 원했다
그러나 당초 언론에서 유력한 개최지로 꼽았던 것은 카펠라 호텔이 아니라 샹그릴라 호텔이었다.
샹그릴라 호텔은 국제회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경호 및 보안의 용이성이 좋다. 중국의 양안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총통의 2015년 회담이 열렸던 곳이다. 매년 '샹그릴라 대화'라고 불리는 아시아안보회의도 이 곳에서 열린다. 각국 주요 군 인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경호하기 좋고 보안도 철저하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가 지난 1~3일 열린 바 있어, 회의 기간 사용된 정상급 경호와 보안 계획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언론은 샹그릴라 호텔을 유력 개최지로 꼽았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4일 샹그릴라 호텔 인근을 행사 기간인 10~14일 동안 특별행사구역으로 선포하면서 이는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지는 샹그릴라 호텔이 아닌 카펠라 호텔이었다.
카펠라호텔 최고급 저택형(Colonial Manor) 내부[사진=카펠라호텔] |
◆ 센토사 섬, 본토와 연결된 700M 다리 차단하면 외부 접근 못해...
싱가포르 정부, 센토사 섬 인근 해안까지 특별행사구역 선포
이유는 역시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경호를 무엇보다 중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경호·보안 문제가 (실무회담) 논의 내내 북한 인사들에게는 주요 관심사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싱가포르 어디서나 접근이 용이한 샹그릴라 호텔보다는 보다 경호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카펠라 호텔을 선호했던 것이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카펠라 호텔이 된 것으로 보인다.
카펠라 호텔이 위치한 센토사 섬은 본토와 연결된 약 700m 길이의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차단하면 외부 접근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5일 카펠라 호텔이 위치한 센토사 섬 인근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선포했다.
센토사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 인근 뿐 아니라 센토사 섬 인근 해안까지 특별행사구역으로 선포해 해안 경비도 강하게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최강 "카펠라 호텔, 안전문제 가장 중요한 北에 최적의 장소"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역시 안전상의 문제를 중시하는 북한의 요청으로 카펠라 호텔이 선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 부원장은 "센토사 섬은 다리만 차단하면 고립되는 지역이므로 안전상의 문제를 제일로 고려하는 북한에게 최적의 장소"라며 "샹그릴라 호텔은 어디서든 접근이 가능해 최초 유력설이 돌 때부터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최 부원장은 "물론 이같은 보안 강조가 북한의 체제 이상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군에 대한 장악력이 강하고 자신감이 있다"며 "북한 자체가 보안을 강조한다.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정말 예측할 수 없고 특별한 것을 많이 요구한다. 북한 특성상 센토사 섬 같은 곳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