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오면 성희롱 신고"..옷까지 벗는 여성체납자
문닫고 버티기 예사..열쇠공 대동한 체납자 가택수색도
[편집자] 지방선거 시즌이면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가 후보자 ‘체납’ 문제다. 그런데 알고보면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 고액체납자 수도 상당하다. 문제는 체납 상습자들이 재산을 숨기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일선 지자체가 이들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은 경찰 수사를 방불케 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자체의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추적기를 쫓아봤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세무공무원끼리는 '우리도 감정노동자'라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하죠.”
세무공무원의 체납자 자택수색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이들은 현행법상 고액체납자의 자택을 강제 수색하고 수표, 현금, 귀금속 등 동산을 찾아 압류할 수 있는데 보통 체납자들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입니다."
소속을 밝히는 순간 현장에서는 온갖 ‘진풍경’이 펼쳐진다. 대뜸 공무원에게 욕을 하거나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귀중품을 찾기 어려운 곳에 숨겨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체납자의 배우자가 공무원과 대화하는 척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체납자가 귀중품을 가지고 창문으로 도주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광역체납기동팀이 고액체납자의 자택에서 귀중품 등을 압류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
오태석 경기도 세원관리과장은 “압류현장에서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데, 사람 몸집만 한 개를 풀어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도 있다”며 “집 안으로 무사히 들어가더라도 체납자로부터 온갖 욕설을 들어야 해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체납자가 문을 걸어 잠근 탓에 강제로 개방하는 일도 많다. “수색영장을 보여주지 않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체납자의 악다구니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다. 현행법상 세무공무원은 영장 없이 자택을 수색하고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저항 없이 문을 열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 대부분 강제로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무공무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사정이 이러니 체납자의 자택을 수색할 때는 일반적으로 ‘열쇠공’을 대동할 정도다.
심지어 세무공무원이 집에 들이닥치자 여성이 옷을 홀딱 벗은 채 수색을 방해하는 황당한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수색팀은 주로 남성들인데, 공무원이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민원을 넣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려는 ‘꼼수’다. 이 경우 공무원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결국 자택수색을 벌일 때 ‘열쇠공’에 더해 ‘여성공무원’도 반드시 대동한다.
경기도 광역체납기동팀이 고액체납자의 자택에서 압류한 물품 [사진=경기도] |
체납자가 경찰을 부르는 난감한 상황도 벌어진다. 세무공무원이 강제로 자택수색을 벌인다거나 공무원이 압류품 외에 다른 귀금속을 훔쳤다는 식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가택수색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대부분 해프닝으로 끝나지만, 도난신고의 경우 일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열쇠공’과 ‘여성공무원’은 물론 아예 ‘경찰관’까지 현장에 동행한다.
이렇게 힘들게 압류한 귀중품은 경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인에게 넘어간다. 판매금은 체납징수금에 포함된다. 서울시의 경우, 은닉재산 제보자에게 징수금액의 일정액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고액체납자들로부터 징수한 세금 대부분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업인 셈이다.
킨텍스에서 열린 '지방세 체납자 압류물품 공매' 현장 [사진=경기도] |
류대창 서울시 38세금총괄팀장은 “체납징수업무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 폭언에 시달리거나 물리적인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위해 세무공무원 모두 고액체납자들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징수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