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수수료제' 도입 요구
수수료 인하→수익 악화→인력 감축 악순환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신용카드사 노동조합이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높이는 '차등수수료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카드산업을 살리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중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최적의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사 노조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등수수료제 도입을 주장했다. [사진=박미리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은 30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체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대 미만이다. 이에 비해 주유(수수료율 1.5%), 통신·자동차(1.8%), 대형마트(1.8%) 등 재벌 가맹점들의 수수료율은 낮다.
노조 관계자는 "초대형 가맹점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카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여태껏 수수료 인하에 편승해 평균 수수료를 점차 인하해왔다"고 지적했다.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수수료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해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카드사들은 순이익이 1년 새 반토막이 나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수익 악화는 카드사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2016년 카드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2만1982명으로 5년 전보다 25.3% 감소했다.
그럼에도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라 서민경제 활성화, 영세·중소상공인 부담 완화 등의 실질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에 노조는 '차등수수료제'를 제안했다. 차등수수료제는 영세·중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는 낮추고, 재벌 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는 '업종별 하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정해 높이는 것이다.
특히 이 정책에는 재벌 소유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규제하고, 현재 5억원 초과 구간에 있는 대형가맹점 구분을 다시 세분화해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포함돼있다.
다만 노조는 세부적인 안은 하반기 토론 및 공청회를 열어 정부, 카드산업 관계자,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경호 우리카드 노조위원장은 "우리도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일방적으로 카드사에 전가하면 똑같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기회에 사회적 재분배라는 차원에서 수수료 문제를 바라보고 정부, 카드사, 초대형 가맹점의 고통 분담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차등수수료제가 도입되면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 방식 개선, 공익재단 통한 대출 지원, 규모별 가맹점 수수료 차등화 등을 통해 소상공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