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한 까닭은 자존심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을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한 시각은 23일 밤 10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마이크 펜스 미 부대통령이 21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리비아 전철 밝을 수 있다"고 말한 일을 들며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란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핵 대 핵 결전"을 언급했다.
볼턴과 트럼프의 대화에 대해 잘 아는 한 소식통은 WP에 트럼프가 담화문을 전달받고 북한의 공격적인 미사어구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볼턴도 북한의 위협적인 말투가 매우 안 좋은 신호라고 조언했다는 후기다.
특히 트럼프는 북한이 선수쳐 정상회담을 무산시키진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자칫 미국이 "절박한 구혼자"처럼 비춰지지 않을까란 생각에 정상회담 취소를 선수쳤다는 게 소식통의 생각이다.
트럼프와 회고록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공저한 토니 슈워츠도 그의 자존심 문제였을 거라고 말한다.
슈워츠는 "트럼프는 굴욕과 수치심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이것은 누가 가장 크고 강한지를 보여 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약하고 작아보이는 것에 특히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에 있어 이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건 없다"고 주장했다.
24일 새벽에 미국 고위 관리들이 백악관 서쪽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인 웨스트윙(West Wing)에 모였고 오전 7시까지 집무실에 있는 트럼프와 전화통화로 논의했다. 트럼프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엄중하면서도 애석해하는 세계 강대국 대통령의 감정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내는 서한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개심"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탓으로 돌리면서도 "언젠가는 만나길 고대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서한에서 트럼프가 자존심을 내세운 부분은 미국의 '더 큰 핵 버튼'이다. 그는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린다"고 썼다.
WP는 대한민국의 청와대가 트럼프의 이같은 신속한 결정에 "뒷통수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일어난 급작스러운 일이며 정의용 외교안보실장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99.9%"라고 낙관까지 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트럼프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함께 탑승했던 피터 T. 킹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주)은 트럼프가 전용기 안에서 "김 국무위원장이 협상 타결할 준비가 돼있고 자신을 싱가포르에 있는 협상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한 '나사(screw)'를 충분히 썼다"고 말했다며 "당장 내기를 해야 한다면 나는 그가 정말 정상회담을 취소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며칠간 준비하고 계획한 점을 근거로 북미정상회담 취소가 다소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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