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오는 23~25일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예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핵폐기보다 '정치쇼'가 될 우려가 있다고 21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은 현재 핵실험장 폐기 과정에 참여하는 외국 언론에 비자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거나, 한국 기자단의 명단 접수를 거부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핵 전문가의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신문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자발적 조치를 강조하는 '선언의 장'으로 만들려 한다"고 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사진=38 노스] |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공화국이 주동적으로 취하고 있는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다"
북한의 대외선전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20일 핵실험장 폐기를 정치쇼라고 비판하는 한국 보수층에 반발해 핵폐기의 의의를 이렇게 강조했다.
미국의 북한 분석 사이트 38노스에 따르면 핵실험장 근처엔 갱도의 폭파조치를 관람하기 위한 전망대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관측됐다. 신문은 "실험장 폐기를 위한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조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상당한 성의를 보였다"며 "남북 정상회담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실험 발표에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16일 남북 고위관료 협의를 돌연 중단한다고 통보한데 이어, 한국 기자단의 명단 접수도 거부했다. 미국 취재진에는 입국 수속을 진행하기 위한 비자 명목으로 1인당 1만달러(약 11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요금 등을 더하면 1인당 총 3000만원이 든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이 이처럼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해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문가에게도 실험장 폐기를 공개하겠다"고 명언했다 전했지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를 초청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한이 말하는 '투명성을 보증하는' 핵폐기에는 전문가 검증이 빠질 수 없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존심이 강해, 미국에 강요받은 것이 아닌 어디까지 자발적인 처리라는 점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갱도 내에 외부 인물을 들여보내 북한의 핵 능력을 상세하게 분석받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고 교수는 "전문가에 공개하는 것은 사찰을 의미한다"며 "북한이 핵을 적절하게 폐기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은 미국과의 교섭카드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앞으로 검증·사찰 문제로 미국과 상당한 알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나 한국 내에선 북한의 이번 핵시설 폐기가 2008년 6월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같은 '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테러지정국 지정해제에 나섰지만 북한은 다음해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