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금 폭탄에 강남 재건축 사업 지연 우려
수요보다 공급 부족한 불균형 초래..장기적 집값 불안감 여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재건축 시장에 내려진 각종 규제로 인해 서울 강남권의 주택 공급난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강남 재건축사업에 제약이 많아지자 재건축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울 강남과 목동과 같은 인기 주거지역은 사실상 재건축 정비사업 말고는 주택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따라 향후 주택공급난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 부과로 인해 주택공급량 급감이 예상되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이 가구당 수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정부의 '엄포'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사업을 잠정중단하거나 무기연기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어서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올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수억원대 분담금이 예상되고 있다.<사진=이동훈기자> |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에 처음으로 초과이익환수제 분담금 규모가 정해지자 강남 재건축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총 80가구, 한 개동 ‘나 홀로 단지’인 반포현대가 가구당 1억3500만원의 분담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조합원이 애초 책정한 분담금 850만원을 16배를 뛰어 넘는 금액이다. 1000가구가 넘는 재건축 단지는 3억~5억원대 분담금이 예상되자 재건축 시장에 공포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초기 단계 사업장의 사업 중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강남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는 사실상 사업 중단에 들어간 상황이다. 개포주공 근처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현대와 같은 작은 단지에서 분담금 수준의 1억3500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이 책정되자 중층 재건축 단지가 느끼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차라리 사업을 안하고 말지 부담금을 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 분위기는 더 좋지 않다. 이 일대는 중층재건축 단지라 일반분양 수익이 크지 않다. 반면 향후 집값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재건축 부담금 10억원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압구정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은 재건축 열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 아니다"며 "정부의 규제 서슬이 시퍼런데 재건축을 하겠다는 주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담금이 많아 상대적으로 재건축 초과이익이 줄어드는 1대1 재건축을 고려하는 단지들도 늘고 있다. 1대1 재건축을 하면 일반분양은 물론 임대주택도 공급되지 않는다.
이처럼 강남에서 재건축 중단 바람이 일자 향후 주택공급 위축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주택공급은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신규 주택공급이 대부분 정비사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연간 입주 물량이 평균 1만 가구를 밑돈다. 조합원 물량을 빼면 일반분양은 더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의 새 아파트 청약시장은 평균 경쟁률이 두 자릿수가 넘는 게 일반적이다.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혔지만 청약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청약에 떨어진 대기 수요자는 계속 쌓이는 데 반해 신규 주택이 부족해 수급 불균형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주택 입주량은 대체로 연간 7000가구를 밑도는 수준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작년 강남3구의 연간 입주 물량은 아파트와 임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을 포함해 13개 단지 4592가구다. 2014년 9193가구, 2015년 6448가구, 2016년 6477가구에서 줄어든 수치다.
올해는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영향으로 12개 단지 1만5542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한 개 단지를 제외하곤 평균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 단지는 송파구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잠실과는 거리가 멀어 강남 진입을 노리는 수요층을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시장의 예상보다 초과이익환수금 규모가 커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사업 지연은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론 수급 불균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