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중국 다롄(大連)에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9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지난 3월 하순 북중 정상회담 이후 43일 만에 김 국무위원장이 다시금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신문은 이번 방문의 배경으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다롄의 해안가를 걷고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중국 CCTV는 지난 8일 밤 김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두 정상이 통역만을 데리고 다롄의 해안을 산보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신문은 "북중 간의 친밀함을 연출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4월 북한에서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사망했던 교통사고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실하게 대응해줬다고 사의를 표했다. 김 국무위원장도 "(우리는)북중관계를 이전에 없을 정도로 활발히 발전시키고 있다"고 자찬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북한 지도자가 사용하는 항공기와 화물기 2기가 다롄에 도착했다. 이 항공기는 8일 오후 다롄을 떠났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측은 엄중 경계 태세로 김 국무위원장의 안전을 확보했다. 공항에선 8일 오전부터 모든 탑승수속이 중지됐다. 6일부터는 내외요인들이 숙박하는 도시 중심부 호텔 주변이 봉쇄돼, 교통 통제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신문은 "북중이 친밀함을 어필하는 배경에는 정상회담 최종 교섭 단계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권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6월 초순까지 열릴 전망인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측과 어려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 측은 북한에게 완전한 핵포기의 기한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북한은 핵포기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정상회담 개최 장소에 대해서도 북한 측은 평양 개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난항되고 있다는 점은 북한의 보도에서도 엿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보도관은 "미국은 우리가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제재나 압력을 완화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해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보도관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의지를 유약하다고 오해해 압력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북미 회담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의 지원을 약속받기 위해 이번 방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여기에 덧붙여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대가는 없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중국에게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은 유엔(UN)의 북한 제재에는 동조하고 있지만, 한미일 등이 북한을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데엔 반대의사를 보여왔다.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 프로세스는 중국의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신문은 "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뤄지는 지금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어한다"며 "북미 간 교섭이 난항할 경우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면 보다 발언력이 높아질 거란 계산도 깔려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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