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6년 사이 370억달러 베팅했던 중국 '팔자' 급반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미국 부동산을 팔아 치우고 나서 주목된다.
이들의 매입 열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던 미국 부동산 업계는 예기치 않았던 반전에 또 한번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뉴욕 소재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인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지난 2014~2016년 사이 37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부동산 자산을 사들였다.
상황은 불과 2년 사이 급변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 물량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과도한 부채에 의존한 자산 매입에 제동을 건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맨해튼의 중심가에 위치한 유명 호텔 워도프 아스토리아를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그룹이다.
지난 2015년 호텔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안방은 앞으로 100년간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억만장자 우 샤오후이 회장이 횡령과 사기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회사는 정부의 손에 넘어갔고, 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매물로 나왔다.
중국 기업들 가운데 이처럼 수십억 달러를 미국 호텔과 상업용 오피스에 투자한 뒤 불과 2~3년 사이 발을 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HNA 그룹과 뎨련 완다 그룹 등 중국의 간판급 기업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팔자’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HNA 그룹은 지난 29016년 힐튼 그룹의 지분을 65억달러에 인수했으나 이미 75%의 지분을 매도했고, 나머지 지분도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동원해 힐튼 지분을 인수했으나 이후 이자 비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백기를 들었다.
미국 시장 전문가들은 긴장하는 표정이다. 가뜩이나 장단기 금리가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있고, 이에 따른 부동산 자산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 중국의 매도 공세가 악재를 더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뉴욕 소재 투자은행(IB)인 에버코어의 리처드 하이타워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수 년 전 중국 기업들이 물밀 듯 미국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며 “마찬가지로 이들이 단기간에 매물을 토해내리라는 것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워도프 아스토리아를 포함해 중국 기업들이 쏟아내는 대어급 매물을 인수할 여력을 갖춘 투자회사가 소수에 불과해 부동산 시장 압박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 외적인 이유로 발을 들여놓았던 중국 투자자들이 마찬가지로 비경제적 이유로 이탈, 재정적인 목적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