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998년부터 4년간 스위스 학교서 유학생활
리용호 현 북한 외무상이 후견인...'서구식 문화' 학습
외국공관 밀집한 헤스구트 공립초, 학생 절반 외국인
중학교 동문 "김정은, 그림 잘 그리고 수학도 잘했다"
[서울=뉴스핌] 오채윤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언행을 두고 온갖 말들이 무성하다.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독재자이면서도 화끈하게 농담과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우리 생각 보다 훨씬 '오픈마인드' 같더라"는 다소 감정적인 소회를 주고 받기도 했다.
1990년 발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권 사진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김정은 위원장, 4년 동안 스위스 베른에서 학교 다녀며 뭘 배웠을까
일부 청소년들은 김 위원장의 말투와 필체를 흉내 내는 모습도 감지된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의 커뮤니케이션 화법이 스위스 유학 시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 동안 스위스 베른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사춘기 시절인 13세부터 16세까지 스위스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서구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남북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한국 시청자들의 일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말투가 정통 북한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 방명록 숫자 '7'의 미스터리..손혜원 의원 "서구권 유학파가 쓰는 필체"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쓴 숫자 '7'의 가운데에 선을 그은 글씨체는 스위스 유학 영향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회담 장소인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 도착해 1층에 마련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역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이라고 썼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쓴 방명록 사진을 게재하고 '7'자 글씨체에 대해 "서구권 유학파가 쓰는 7"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에서는 숫자 '1'과 '7'을 구분하기 위해 7 가운데 선을 긋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청와대 페이스북> |
◆ 여동생 김여정과 3층 벽돌집서 생활...동문 "똑똑하고 농구 잘했던 학생"
김 위원장은 김여정과 함께 1997년 스위스 베른의 헤스구트 공립초등학교를 다녔다. 중학생이 된 이듬해, 1998년 9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는 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로 옮겨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슈타인횔츨리 공립중은 교육비가 무료다. 외국공관이 가까이 있어 학생 중 절반 가까이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학교(7∼9학년) 학급이 있고 외국인을 위한 적응반과 6학년은 헤스구트 초등학교에 개설돼 있다. 슈타인횔츨리 공립중에는 농구장, 인조잔디구장 등 2개의 축구장이 있어 활동적인 야외스포츠를 많은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위스 베른의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 전경. <사진 = Wikimedia Commons> |
김 위원장이 학교를 옮겼지만 헤스구트 공립초와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는 같은 부지를 쓰는 곳이었기 때문에 김여정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다. 남매는 학교에서 200m 정도 떨어진는 연립주택 내 3층 벽돌집에서 함께 살았고, 이 곳에서 2000년 가을 북한에 다시 돌아갈 때까지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시 김 위원장의 후견인이 현재 북한 외교 총책인 리용호 외무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김정은과 함께 슈타인횔츨리 공립중을 다닌 한 동문은 김정은을 지적이고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기억했다. 그는 김정은을 “그림을 잘 그리고 수학도 잘 하는 친구였다”고 전했다.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