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첫 국빈 방문 마크롱, 현안 놓고 팽팽한 신경전 예고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세계가 주목하고있다.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이란 핵 협정과 자유무역 등을 두고 양 정상이 팽팽한 기싸움과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사진=뉴스핌 로이터] |
마크롱 대통령은 23~25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첫번째 국빈 방문이다. 그만큼 트럼프 정부도 유럽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23일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사저인 '마운트 버넌'에서 부부동반 만찬을 갖는 특별 이벤트도 준비했다. 24일엔 공식 정상회담에 이은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고, 백악관이 주관하는 성대한 국빈 만찬도 예정돼 있다.
첫 국빈 방문에 걸맞는 환대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의 불꽃튀는 신경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란핵협정(JCPOA) 파기 문제와 미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 문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합의에 불만을 표시하며 파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위한 보호무역을 천명하고 최대 동맹인 유럽을 향해서도 무역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 핵 합의 유지와 자유무역 옹호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따지고 설득해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배수진을 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방영된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합의가 파기되면 '플랜B'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는 이어 "나도 이란 상황에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더 좋은 선택이 없는 상황에선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란핵협정은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독일이 이란과 맺은 협정으로,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전제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진=뉴스핌 로이터] |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외교업적으로 공을 들였던 이란과의 핵협정을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했다. 이 협정 내용이 이란의 완전 핵 폐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 저지를 담보하지 못한 채 서방의 경제 제재만 풀어줬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강력한 협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12일 이란 핵 협정 갱신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갱신을 거부할 경우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시 부과하게 된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협정 당사국들은 협정에 따른 이란의 핵 프로그램 동결과 폐기 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며 협정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지난 18일 이란의 이웃 국가를 공격할 뜻이 없지만 국방에 필요하다면 어떤 종류의 무기라도 생산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게다가 이란 핵 협정 파기 문제는 향후 북핵 파기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국제사회가 합의하고 지지하는 이란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비핵화 의지를 보이며 협상에 나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마크롱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하는 게 (핵·미사일을 개발해온) 북한 같은 상황보다는 낫다"고 경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밖에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유럽에 대한 무역 전쟁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과 유럽이 동맹이란 점을 강조, 보호무역을 앞세운 무역 전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서도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있는가. 중국을 향해서도, 유럽을 향해서도 무역전쟁을 하고 시리아에서도 전쟁하고 이란에 대항해서도 전쟁도 한다"면서 "우리는 동맹이다. 동맹들과 무역전쟁을 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가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던 격전지 인근에서 가져온 떡갈나무 묘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할 예정이다.프랑스는 물론 서유럽과 미국이 오랜기간 강력한 혈맹관계를 유지해왔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합동작전'으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에 맞서 공습에 나선 것을 거론하며 "우리는 전쟁 후에 새로운 시리아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미군의 시리아 조기 철군에 제동을 걸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시리아 주둔 유지에 동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 방침이 변경되지 않았다며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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