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경제관료로 금융 전문성…친 정부 인사
해외 정부와 파트너십+비은행 사업 강화 과제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대표적인 친(親) 정부 인사로 금융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향후 해외사업 확대와 비은행 사업 강화가 김 내정자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사진=농협금융> |
농협금융지주는 19일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김광수 전 원장을 금융지주회장 최종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임추위는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은 후보를 고사했다. 이어 김용환 현 농협금융 회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김광수 내정자만 단독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임추위는 만장일치로 김광수 내정자를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김 내정자는 금융권에서 친 정부 인사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68회 동문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증권거래소 이사장 후보 등에 이름을 올렸던 이유다.
금융 전문성도 높게 평가받는다.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특히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당시 농협과 인연을 맺어 농협문화와 조직, 농협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내정자에 대해 "금융 전문가로서 최근 금융계 화두인 핀테크, 빅데이터 등 금융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과 식견을 보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사업 기반 위에서 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뒤쳐진 해외 사업이나 비은행 부문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내정자에게 바통을 이어줄 김용환 현 회장은 임기동안 과감한 체질 개선으로 농협금융을 정상화시켰다. 빅배스(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를 단행해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 디지털 사업과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다진 것도 김 회장의 주요 성과다.
김 내정자는 향후 해외사업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협약을 체결한 베트남 농업 전문은행 아그리뱅크와 인력 연수, 사업 제휴, 지분 투자 등 협력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 외 동남아 여러 국가로 발을 넓히기 위해 관료 출신인 김 내정자가 현지 정부당국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에 쏠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은행 부문의 당기순이익은 6521억원으로 농협금융 전체 실적(8598억원)의 75%를 책임졌다.
NH농협은행 외에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NH-아문디자산운용, NH저축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총 7개 자회사가 있지만 지난해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농협캐피탈만 순이익이 성장했다. 각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정상 궤도에 들어선 만큼 올해는 성장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광수 내정자는 이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