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모기지 채권 담보로 한 MBS 발행 봇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0년 전 미국 금융위기를 일으킨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이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2015년 말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뒤 6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따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시장 금리가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맨해튼 금융권 <사진=블룸버그> |
29일(현지시각)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채권 발행액이 41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쩍 늘어난 채권 발행은 올들어 열기가 더욱 고조, 1~3월 사이 발행액이 13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급증한 수치다.
금융위기 10년을 맞은 가운데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금융시스템을 초토화시켰던 채권에 뭉칫돈이 밀려들자 투자자들은 경계하는 표정이다.
뉴욕의 한 헤지펀드 업체 악소닉 캐피탈의 잼셰드 엔지니어 파트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채권이 발행될 때마다 수요가 넘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모기지를 담보로 이른바 증권화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금융회사 딥헤븐 모기지 오브 샬롯은 최근 100여개 금융회사로부터 20억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채권을 매입한 뒤 이 가운데 12억달러 규모의 물량을 모기지담보부증권(MBS)으로 재포장해 매각했다.
업체는 올해 MBS 발행액이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 수요가 봇물을 이루면서 발행을 더욱 재촉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증권화 상품은 다양한 명칭을 달고 투자자들에게 매각되지만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매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 미국 연방주택국(FHA)의 보장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 관련 채권은 ‘비적격 모기지’로 통한다.
과거와 달리 MBS의 투자 리스크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 금융회사들의 주장이지만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에도 나왔던 의견이다.
신용 평가 업체 DBRS는 신용 평점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비우량 대출자들의 채권이 증권화 상품에 대량 편입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틀란타 소재 앤젤 오크다. 이 업체가 최근 본격적인 마켓팅에 나선 3억2900만달러 규모의 ‘비적격’ MBS는 플로리다와 조지아, 캘리포니아 등 지난 1년간 두 차례 이상 대출 상환 지연 기록을 남긴 이들의 대출 채권이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위기 이전 상황과 마찬가지로 신용평가사가 고위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3년 전 MBS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혐의로 14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담했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이번에도 해당 채권의 신용 평가에 발 벗고 나섰다.
S&P의 수조이 사하 애널리스트는 FT와 인터뷰에서 “MBS의 담보물인 대출은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며 “투자 리스크는 이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