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협-병원협회 비공개 회의장 밖으로 고성 들려
주요 쟁점은 당장 4월초 시행되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뉴스핌=김근희 기자]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문재인 케어' 관련 제10차 의정실무협의체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으로 3년간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띄웠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의협 비대위, 대한병원협회는 29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에서 문케어 논의를 위한 의정실무협의체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3일 의협 비대위가 상복부 초음파 보험급여 전면확대를 반대하며 정부와의 대화 중단을 선언한 이후 처음 갖는 자리였다.
문케어 협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였던 이번 회의는 오전 10시20분에 시작해 오후 1시께까지 이어졌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문밖에까지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결국, 의협 비대위와 복지부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한병원협회는 29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에서 회동을 열었다. <사진=김근희 기자> |
이날 회의의 주요 쟁점은 오는 4월1일 시행되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 문제였다.
의협 비대위 측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시행 시기를 미루고, 의료계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환자 본인 부담금이 80%인 예비급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초음파 급여화에 대해 원론적 찬성 ▲상복부 초음파 고시 강행 중단 ▲시행 시기 추후 재논의 ▲급여기준 외 상복부 초음파는 비급여 적용 ▲복지부 협상단에서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 교체 ▲방사선사의 상복부 초음파 검사 절대 불가 등의 6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이동욱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총괄사무총장은 "복지부는 의협 비대위가 제시한 6개의 요구안 중 단 1개도 수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문케어 강경 반대파인 최대집 후보를 의협회장으로 뽑을 만큼 절실한 의사들의 민심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제40대 의협 회장 선거 결과 신임 회장으로 문케어 강경 반대파인 최 후보가 당선됐다.
이 총괄사무총장은 "오늘 협상은 결렬됐다"며 "지금과 같이 복지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앞으로 3년간 정부와의 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예비급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9일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전국의사 총파업 등 강경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 보험급여 시행은 국민과 한 약속인 만큼 시행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 과장은 "상복부 초음파 보험급여의 경우 이미 2015년 발표했던 1418 중기 보장성 계획에 포함됐던 내용이고, 이때부터 의료계와 많은 대화를 했었다"며 "의협 비대위원 3명을 포함해 학회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려 이미 협의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앞으로도 문케어의 남은 과제들을 예정대로 이행할 계획이다. 2∼3인 병실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상급병실 급여화는 오는 7월에 시행할 방침이다. MRI와 초음파 급여화는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손 과장은 "상급병실 급여화 등 병협과 협의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병협에 계속해서 논의를 해나가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병협은 이날 회의 결과를 내부에서 검토한 다음 하루 이틀 내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의협과의 대화는 중단된 상태지만 복지부는 계속해서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방침이다. 3600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기 위해서는 의협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계에 계속 대화를 요청하고 논의할 것"이라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2018년 3월29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관련 의료계-복지부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왼쪽)과 이동욱 의협 비대위 총괄사무총장 <사진=뉴스핌 김근희 기자> |
[뉴스핌 Newspim] 김근희 기자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