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된 발코니 확장비 산출내역
시세보다 2배 비싼 발코니 확장비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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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나은경 기자] 수도권에서 발코니 확장비를 3000만원 가까이 책정한 신축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전용면적이 똑같은 주변 단지 발코니 확장비가 988만9000~1320만원임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금액이다.
발코니 확장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평당 분양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한 뒤 이를 발코니 확장비로 보완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고 KSK펀드가 시행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2020년 6월 입주 예정)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발코니 확장금액은 2659만1000~2953만9000원이다.
이는 지난 2015년 이후 분양된 이 일대 신축 아파트 단지 중 전용면적이 같은 곳과 비교했을 때 최고 2.9배 높은 금액이다.
용인 지역 신축 아파트 단지 중 발코니 확장비가 가장 저렴했던 곳은 지난 2015년 3월 분양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수지’(2017년 8월 입주)다. 당시 이 단지 내 전용면적 84㎡의 발코니 확장비는 최소 988만9000원에서 최대 1239만7000원이었다.
‘상현더샵파크사이드’(2016년 5월 분양, 2019년 8월 입주 예정) 전용면적 84㎡의 발코니 확장비는 1210만~1240만원 사이였다.
부동산·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사가 발코니 확장비를 높게 책정해 낮은 분양가를 보전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분양시 발코니 확장이 선택사항이긴 하나 사실상 ‘필수옵션’이 됐기 때문이다.
따로 공사비를 받지 않고 처음부터 발코니 확장형으로 설계하는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코니 확장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님을 보여준다. 용인 지역에서 지난 1월 분양한 수지 광교산 아이파크와 지난 2016년 5월 분양한 동천자이 2차 아파트는 전 가구를 발코니 확장형으로 설계했다. 두 단지 입주자모집 공고문에는 "상기 공급금액에는 발코니확장 비용이 미포함 됐으며 사업주체(위탁자)에서 무상으로 제공함"이라고 쓰여있다.
2년전 분양한 동천자이 2차 전용 84㎡ 분양가는 5억680만~5억6820만원으로 롯데캐슬파크나인과 비슷한 수준. 결국 롯데캐슬파크나인은 발코니확장비용으로 3000만원의 분양가를 올린 셈이다
발코니 구조변경은 지난 2006년 정부가 아파트 등 주택의 발코니 구조변경(확장)을 전면 허용하면서 합법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에는 국토교통부가 적정 시공비 기준을 제시한 가이드라인(‘공동주택 발코니 확장비용 심사참고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단열창, 골조 및 마감, 가구 및 특정 인테리어 가격을 판정하는 기준을 제시할 뿐 강제력이 없다. 지난 2015년 3월 개선안이 발표된 이 가이드라인에는 “심사 참고기준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일률적인 상한가격이 아니며 가격산정시 전제가 된 사양·품목·조건 등과 실제 다르게 시공되는 경우에는 이를 충분히 감안해 조정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신 각 건설사는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로부터 분양가 심사를 받을 때 발코니 확장비용도 함께 승인받는다. 하지만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증빙자료는 물론이고 분양가심사위의 회의 내용과 심사위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 돼 있다.
박진홍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사무관은 그 이유에 대해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에 회의 내용과 심사위원들이 공개될 경우 중립적 심사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정보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예비청약자들은 분양가심사위의 결정이 옳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면적이나 고급 자재·마감재 사용 여부와 같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가격이 결정돼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이 불합리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발코니 확장비나 유상옵션을 별도로 책정해 낮은 분양가를 보전하려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심사에서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발코니 공사비를 올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현동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어차피 수분양자 대부분이 발코니 확장을 선택하기 때문에 건설사가 분양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고 발코니 확장비에서 부족한 금액을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그가 분양가 조정을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발코니 확장비용이 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이야기다. 발코니 확장비용은 분양가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며 “분양보증 심사때 발코니 확장금액을 감안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가 의무적으로 발코니 확장비 구성 내역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 감시팀 부장은 “발코니 확장이 필수옵션이 돼 가고 있지만 발코니 확장공사비 최종 금액만 고지될 뿐 산출 내역은 알 수 없다"며 "가격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져도 수요자들은 어떤 부분 때문에 가격이 높아졌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코니 확장공사비 적정성을 수요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발코니 확장공사비 구성내역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을 시공한 롯데건설은 해당 단지 발코니 확장비가 주변 다른 단지보다 높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은 롯데건설이 단순 시공만 담당했기 때문에 발코니 확장금액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나은경 기자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