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 주주제안 모두 '부결'
[뉴스핌=최유리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셀프 연임' 논란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윤 회장은 23일 국민은행 여의도본점 4층 강당에서 열린 제10기 KB금융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윤 회장은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린 것은 개인적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성실히 응하면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KB국민은행은 2015년 신입사원 채용 시 윤 회장 종손녀와 전 사외이사 자녀 등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일부 임직원이 면접서 최상위 점수를 준 점 등 특혜채용 의심 사례가 발견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반면 셀프연임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주주가 "셀프연임 이사회 이사진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윤 회장은 "셀프연임이나 이사회가 회장에게 종속돼 있다는 발언은 듣기가 거북하다"며 "(이사진들이) 지배구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발언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받아쳤다.
이어 이사회가 노조 제안 안건에 반대 권유를 한 것에 대해 "이사회에 CEO인 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오해가 있는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는) 사외이사들만의 결정이고, 앞으로도 사외이사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번 주총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으로, KB금융이 친청부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있다는 논란을 샀다.
윤 회장은 "경기고 인맥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정부의) 영향을 받기 위해 추천한 것이라는 얘기는 100% 오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의결 방식과 안건 상정에 대해 노조측과 사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노조는 이사회가 주주제안건을 상정하지 않으려다 금융위 지적 이후 마지막 순서로 상정한 것과, 이사회가 노조측 제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권고한 것을 문제삼았다.
박홍배 KB노조위원장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현직 회장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셀프연임 논란을 일시적으로 피하고자 내부 규범만 바꾸는 꼼수"라며 "높은 보수를 받고 있는 이사진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뭘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이사들이 거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며 "보수는 타사와 거의 동일하지만 더 많은 회의를 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지급하는 게 더 많다"고 설명했다.
주총 결과 노동조합이 제안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향과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노조가 제안한 정관 개정안도 주주 반대에 부딪혔다. 노조는 ▲대표이사(회장)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위원회(사추위) 참여 배제 ▲사외이사에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해야 한다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었다.
신임 사외이사 3인 선임건은 통과됐다. KB금융이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정구환 법무법인 남부제일 대표 변호사,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이다. 유석렬 사외이사와 박재하 사외이사는 재선임됐다.
이 외에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주요 안건도 주총을 통과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