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윤청 기자] "처음부터 지금까지 방향성은 바뀐 게 없다. 한국의 디자이너를 전세계에 알리는 것, 그 점은 흔들리지 않았다."
2015년 10월 2016 S/S 서울패션위크를 시작으로 6번의 패션위크를 책임졌다. 올해로 3년차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구호 감독은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현장에서 "3년동안 디자이너를 해외에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년 전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자리에 오르면서 그는 "아시아 최고의 패션위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3년이 지난 현재, 그는 자신의 성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일단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3년 전에 비해 발전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다만,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션위크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면서 디자이너들을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지난 시즌(해외바이어 170명 초청)에 비해 이번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이 늘었다고 정구호 감독은 밝혔다. 3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초청도 전에 먼저 방문하겠다는 해외 바이어들의 수도 늘었다. 여전히 중국 바이어들의 방문도가 높지만 이번에는 바니스 뉴욕(Barneys Newyork, 미국의 명품백화점), 영국의 백화점 셀프리지스(Selfridges)에서도 서울패션위크를 방문했다.
"S급이라고 하는 우수 바이어는 180명정도 초청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S급은 50명 정도 되고, 80%가 유럽 바이어들입니다. 영국 백화점 셀프리지스도 서울패션위크를 찾았죠. 그리고 바니스 뉴욕에서도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를 왔습니다. 예전에는 억지로 오세요라고 했는데, 이제는 먼저 오겠다고 제안하는 해외바이어도 늘어 기쁩니다. 초청 명단을 조정해야할 정도의 여유도 생겼죠. 앞으로도 재능이 좋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많아지고 좋은 콘텐츠로 더 많은 바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길 바랍니다."
정구호 감독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하루빨리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그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국내 디자이너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만 해도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10명이 넘고, 일본은 글로벌한 디자이너가 수십명이 된다며 현재 국내 디자이너의 성적표를 안타까워했다. 국내 디자이너가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건 실력의 차이이냐는 물음에 그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국내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전했다.
"일단 콘텐츠가 좋아야 합니다. 콘텐츠라는 건 여기서 옷이 되겠죠. 옷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경쟁하기 위해 열심히 갈고 닦아야죠. 하루 빨리 국내 디자이너들이 해외에서 유명 디자이너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와야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해외 백화점, 멀티숍에서도 한국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찾아가고 선호하는 날이 얼른 와야죠."
그는 유명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딱 두가지다. 창의력과 돈"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능이 있는 디자이너, 그리고 이를 상업화시킬 수 있는 자금력이 디자이너의 경쟁력이 된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디자이너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돈은 어디서 나와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탤런트를 가진 디자이너의 작품이 상업화되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게 곧 경쟁력이고요. 그렇지만, 재능을 계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작업이죠. 본인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자신의 캐릭터, 콘셉트를 만들기 위해서 홀로 연구해야 해요. 그건 누구도 가르쳐줄 수가 없어요. 사실 창의력은 타고나지만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미장센을 닦아나가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죠."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정구호 총감독은 이번 시즌까지 함께한다. 다음 시즌은 기약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서울패션위크의 높아진 인지도, 다녀간 사람들의 호의적인 피드백에 대해서는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또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하게 늘어나면서 축제로 발전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구호 감독은 이번 패션위크를 찾는 이들에게 한국의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국내에도 재능이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해외 유명디자이너에 가지는 관심만큼 국내 디자이너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도 갖길 바랍니다. 해외유명디자이너 브랜드를 검색하고 직구로 사는 것처럼 국내에도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살펴봐주고요. 지난 3년간 패션위크를 치르면서 방문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한국 디자이너들를 향한 애정과 관심 계속해서 보내주세요."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이윤청 기자(deepblu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