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5년 만에 2배↑ 증가
몰카 등 가해자 처벌 규정은 미비
경찰청 등 뒤늦게 '디지털 성범죄 대응팀' 신설
[뉴스핌=김준희 기자] ‘개인성행위 동영상’, ‘지인 합성사진’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급속히 늘고 있지만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온라인 세계 확대로 디지털 성폭력은 증가하는 추세다. 21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400건이던 디지털 성폭력 발생건수는 지난해 6470건으로, 5년만에 2.7배 증가했다. 매년 발생하는 전체 성범죄의 20%를 웃도는 수치다.
시민단체 성폭력 상담 통계에서도 디지털 성폭력의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6년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통계를 살펴보면 디지털 성폭력 관련 건은 2011년 5.5%에서 2016년에는 6.9%로 1.4% 증가했다. 가장 만연한 몰카 등 카메라 이용 촬영 건수는 2011년 27건에서 2016년 58건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지난 6일 한국여성민우회가 발표한 '2017년 성폭력 피해유형'에서도 전체 582건 가운데 61건(10.48%, 중복집계)이 통신매체·사이버 성폭력 피해상담이었다. 2016년 8.99%에서 1년 새 1.5%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카메라 등 촬영 피해 28건, 영상 등 유포 협박 상담이 20건, 온라인 8건, 전화 4건, 기타 1건 등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할 만한 규정과 처벌조항은 뭐가 있을까.
법률적으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규정과 처벌조항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마련돼 있다. 불법콘텐츠(음란물) 게시와 유포 등에 관련한 처벌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법률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를 모두 담아내진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의 없는 촬영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타인’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행위로 규정돼 ‘자신’을 직접 촬영하거나 ‘속옷 등 신체부위가 아닌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에 지난 2015년 11월 고시원 여성 입주자들의 얼굴과 속옷 사진 등을 몰래 찍은 40대 남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앞서 5월 법원은 검정 스타킹 등을 착용한 여성들을 수개월 간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현행법상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 신체부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불법콘텐츠(음란물)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금지규정만 있고 처벌조항이 없어 경찰 사이버안전국에서는 사이버 범죄로 규정해 수사한다. 이 때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직접 사이버안전국에 신고해야 하고, 삭제요청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해야 한다. 한 달 정도 걸리는 심의·삭제 기간 동안 게시와 유포로 인한 피해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더욱이 음란물 유포 피해는 특정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므로 자신의 피해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조소연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연구원은 반성폭력이슈리포트에서 "이를 감안해 실제 디지털 성폭력은 신고에서부터 차단과 삭제, 가해자 처벌을 포함한 모든 법적절차가 완결되는 사례가 많지 않음을 추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9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해 영상물 삭제 및 피해자 상담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청도 지난 1월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을 발족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성폭력범죄를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일 '2018년도 10대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성범죄 신속·강력 대응을 다짐하며 성 관련 불법 촬영물과 초상권 침해만을 전담하는 디지털 성범죄대응팀을 신설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준희 기자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