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국무부 섣부른 공개적 언급 꺼려
국방부 "한국과 관계, 그 어느 때보다 굳건"
[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군과 무역 협상의 연계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이후 한국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가 입수한 음성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주리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우리는 그들(한국)에 매우 커다란 무역 적자를 보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에서도 돈을 잃는다"며 "북한과 남한 사이 국경에 3만2000명의 군인이 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이 전해진 후 국무부와 국방부에 한국 관료들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정부와 무역 협상에서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주한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통신/뉴시스> |
백악관의 한 관료는 대통령은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하겠다는 걸 시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미국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한미 무역 관계를 개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관료와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섣부르게 공개적인 반응을 내놓길 꺼리고 있다.
국무부 대변인은 논평에 대해 백악관을 참고하라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 다나 화이트도 질문을 백악관에 넘겼다고 WP는 전했다.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의 초점은 한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는 것"이라며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지원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과 미국 협상단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지 않으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위협했다. 작년 미국은 한국과 무역에서 230억달러 적자를 냈다.
경제 문제에 대한 한미간 입장 차이는 양국 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현재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 관세 부과 발표 이후 한국은 이 행동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응수한 바 있다.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아시아 전문가는 한국은 묵시적이든, 아니든 간에 미국과의 군사적 관계에 변화를 주려는 위협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게 "한미 동맹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그들의 안보에 실존적인 위협이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한미연구소의 구재회(Jae. H. Ku) 소장은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에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아시아타임스는 작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정부에 대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위협을 상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공식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백악관 관료를 인용 맥매스터 보좌관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