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나를 싫어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강간당한 적이 있어"
친하게 지내던 여성 친구로부터 받은 한 통의 메일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조치(上智)대학교 4학년인 지야 나오후미(千谷直史)씨의 이야기다.
성폭력 근절 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NPO) '행복눈물(しあわせなみだ)'에서 활동하는 그는 "메일을 받은 뒤 다른 친구들에게 고민상담을 할 수도 없어 혼자 고민했다"고 말했다.
잘못이 없는 친구가 어째서 자신에게 '나를 싫어하게 될 지 모른다'고 말을 했는지,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지 그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남성의 성기가 무섭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제가 가해자와 같은 남성이라는 점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행복눈물(しあわせなみだ)에서 주최하는 '토라씨의 눈물(寅さんのなみだ)' <사진=행복눈물> |
15일 아사히신문은 NPO 행복눈물과 그곳에서 활동하는 참가자 지야 나오후미씨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이었던 3년 전, 그는 행복눈물에 참가했다. 성범죄 피해자 애인을 둔 남자들이 2개월에 한 번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토라씨의 눈물(寅さんのなみだ)'이 설립될 때부터 스태프로 활동했다고 한다.
활동에 참가한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보이지 않는 가해자'에게 살의를 품을 정도로 분노를 느낀 적도 있다. 20~50대로 연령대가 다양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괴로워 하며 "(애인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지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와 함께 고민하는 당신도 피해자'라는 NPO 대표의 말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계속된 활동으로 그는 성범죄 피해자는 '나는 더러운 존재가 됐다'고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 자신의 친구가 '나를 싫어하게 될 지 몰라'라고 말했던 배경을 비로소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야씨의 활동을 알게 된 여성 친구들 중엔 "남자친구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나도 피해를 당한 적이 있어"라고 고백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성범죄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를 그도 경험한 것이다. 그는 "(친구들의 고백을 통해) 성범죄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을 통감했다"고 전했다.
그의 주변에는 "치한 피해를 당한 여자는 복장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 남성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올바른 정보를 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관련 지식을 갖게 된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NPO활동으로 성범죄 관련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웹 사이트 개발에도 나섰다. 성범죄 관련 정보를 접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남자인 자신도 '음담패설'의 즐거움을 안다고 했다. 한 때는 모두가 음담패설로 흥겨워하는 분위기에서 '바른 말'을 꺼내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는 제 발언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 달 대학을 졸업한다. 사회복지사를 목표로 하기에 졸업 후 전문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성범죄를 없애는 운동에 계속해서 종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