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폼페이오 통해 대북 협상력 높이기 위한 포석"
[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내 대표적 '온건파'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강경파'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내정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인사 교체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틸러슨의 사임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거의 확실하게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 교체카드를 꺼내 든 것은 자신의 견해를 제대로 반영하는 인물을 통해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이크 폼페오 미 CIA 국장<사진=AP통신/뉴시스> |
약 14개월 동안 국무부를 이끌었던 틸러슨은 북핵 해법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보기 드문 '대화파'였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반면 폼페이오 CIA 국장은 북한뿐 아니라 이란과 러시아 같은 국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리즈대학교의 아담 카스카트 북한 전문가는 지난달 "폼페이오는 대통령보다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한 발 앞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CIA 국장의 강경한 대북 접근법은 지난 발언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작년 7월 "우리(미국)가 북한 정권을 무기체계에서 분리할 방법을 찾길 바란다"며 "북한 주민들은 좋은 사람들일 것이고, 북한 주민들 또한 김정은이 없어지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달 뒤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김정은 같은 불량 지도자가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1월 말에는 "(외교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레이저처럼 집중하고 있다"며 "동시에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대통령에게 그가 말한 의도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인 지난 11일에는 "그것에 대해 실수해서는 안 된다"며 "협상들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론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틸러슨보다 폼페이오 CIA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더욱 잘 대변한다고 평가했다. 수잔느 디마지오 뉴 아메리카 싱크탱크 선임 펠로우는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개시에 대해 진지하다면, 트럼프는 더 강경한 폼페이오가 틸러슨보다 자신을 잘 대변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미국안보센터의 패트릭 크로닌은 "국무부로 자리를 옮기면 폼페이오는 그의 언어를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 생각에 그는 어댑터(adapter)"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크로닌은 "폼페이오가 행정부의 최대 압박과 관여 전략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러한 국무부의 변화에 주목할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1월 북한의 관영 언론은 폼페이오 국장의 북한 관련 발언에 대해 사설을 통해 남북 간 "화해 분위기를 되돌리려는 트럼프 집단의 사악한 의도"라고 비난한 바 있다.
38노스 웹사이트 설립자이자 대북 협상 대표를 지냈던 조엘 위트는 폼페이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는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만큼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대통령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마지오 선임 펠로우는 "폼페이오와 틸러슨은 검증되지 않은 외교관들인데, 이는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었다"며 "북한 외무상인 리용호는 폭넓은 협상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주요 전문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