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반 구성…하나금융·하나은행 조사
"비위 행위 발견 시 검찰에 넘길 것"
[뉴스핌=최유리 기자] KEB하나은행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끝내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 자체 조사에 착수한 데다 시민단체가 최 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열고 특별검사단 구성과 향후 조사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 12일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직무대행인 유 수석부원장이 회의를 주재한 것.
특별검사단을 이끌 김우찬 금감원 신임 감사도 이날 첫 출근했다. 오전 임원들과 인사 자리를 갖은 김 신임 감사는 특별검사단 운영 계획 수립에 나섰다.
특별검사단은 최 원장의 특혜 채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조직이다. 최 원장이 채용 비리 의혹의 당사자가 된 만큼 별도의 금감원 보고를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졌다.
검사단장은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가 맡았다. 검사반은 검사총괄반, 내부통제반, IT반 등 총 3개반으로 구성된다. 조사반은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15영업일에 걸쳐 검사하고 필요시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검사 대상 기간은 채용비리 의혹이 있는 2013년을 대상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기간 확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후 최종 결과만 감사에게 보고함으로써 독립성 및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채용과 관련된 비위행위가 발견되면 관련자료 일체를 검찰에 이첩해 검찰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특별검사단 구성이 본격화되면서 최 원장과 하나은행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스스로 신뢰성에 상처를 낸 만큼 관행으로 여겨졌던 금융권 채용청탁 문제를 털어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 수장이 6개월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인데 이전 검사와 같은 수준일 수 있겠느냐"며 "하나은행 뿐 금융권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분위기일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안팎으로도 최 원장에 대한 의혹 규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감독기관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최 원장의 지휘 아래 이뤄진 은행권 채용 비리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오는 15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내고 최 원장에 대한 수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이번 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사의 표명과 상관없이 검찰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며 "금감원 자체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금감원이 조사한 은행권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 결과도 정당성과 형평성이 있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도 성명을 내고 "최 원장의 해명은 일반 국민의 공정성 기준에 부합하기 어렵다"며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하나은행 채용에 지인의 자녀를 추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특혜 채용 의혹을 샀다. 당시 최 원장이 추천한 지인의 아들은 최종 합격했으며 현재 하나은행 모 지점에 근무 중이다.
최 원장은 해당 이슈가 불거진지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7개월의 짧은 임기를 마치고 사실상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으로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청와대의 사표가 공식 수리되면 최 원장은 반년 정도 금감원장으로 재직하다 물러나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