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전망 개선에 따른 결정, 정책 유연성도 챙겨
사상 최저 기준금리, 자산 매입 규모는 유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제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필요하면 양적완화의 규모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를 정책 성명서에서 삭제해 출구전략에 바짝 다가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AP/뉴시스> |
ECB는 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인 리파이낸실 금리를 0.0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한계대출금리는 0.25%, 예치금 금리는 마이너스(-)0.40%로 유지했다.
올해 9월 혹은 그 이후까지 현재 월 300억 유로 규모인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었다. 다만 ECB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악화하면 채권 매입을 늘리거나 매입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문구를 성명서에서 삭제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성큼 다가섰다.
이날 ECB의 결정은 4년간의 이례적인 완화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위원들의 의견이 25명으로 구성된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읽힌다.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는 이날 ECB의 성명서 문구 변경이 예상 밖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출구전략에 한 걸음 다가서면서도 통화정책에 유연성을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단스케방크 피에 크리스티안센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이것은 정상화를 향한 자연스러운 첫 단계”라면서 “이것은 9월 이후 연장이나 테이퍼링 가능성을 유지한 것이기에 매우 영리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ECB의 포워드 가이던스 변경은 경제 성장 전망 개선을 배경으로 한다. 이날 ECB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4%로 상향 조정했고 2019년과 2020년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각각 1.9%와 1.7%로 유지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올해 1.4%로 유지했으며 내년 물가 전망치는 1.5%에서 1.4%로 내리고 2020년 예상치는 12월과 같은 1.7%로 제시했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다만 이날 ECB의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번 변화가 2016년 말 제시한 약속에 따라 성장세 확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것은 근본적으로 후행적인 결정”이라면서 “아직 (물가에 대한) 승리를 선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CB의 성명서 발표 후 달러화 대비 가치가 상승하던 유로화는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하락 반전했다. 미국 동부시간 오전 9시 49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26% 내린 1.2378달러를 기록 중이다.
드라기 총재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했다. 그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에 대해 “현재 국제 관계에 우려와 걱정을 더한다”면서 “연합국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누가 적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