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I 10위·GGI 118위..기구에 따라 순위 정반대
"순위보단 지표별 내용 보고 정책에 반영해야"
[뉴스핌=이성웅 기자] 세계 여성의 날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 사회 남녀가 얼마나 평등한가가 화두가 된다. 이에 대한 척도로 국제기구 등에서 매년 성평등지수를 발표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기구별로 정반대의 순위가 나와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순위 그대로가 아닌 항목별 취사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엔개발기구(UNDP)가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GII)에서 한국은 0.067점으로 188개국 중 10위를 차지했다.
GII는 점수가 0에 가까울수록 성평등하단 뜻이다. 1위는 0.04점을 받은 스위스가 차지했다.
GII에선 모성 사망률과 청소년 출산율, 여성 의원 비율, 경제활동참가율 격차 등을 따져 지수를 계산한다.
문제는 GII가 남녀간 성격차보단 차별 여부와 여성 인권 자체에 대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남녀의 임금 격차나 재산차, 가정폭력 등은 반영돼 있지 않다.
또 일부 평가항목은 한국 등 선진국에선 성평등이 아닌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출산율의 경우 여성 인권보다는 청소년 성 억압과 연관돼 있으며, 모성 사망률 역시 여성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성평등지수로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가 있다.
지난해 11월 1일 발표된 2017년 GGI 보고서에서 한국은 0.650점으로 144개국 중 118위를 기록해 GII와는 전혀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더욱이 이는 전년대비 2계단 하락한 수치다.
평가는 ▲경제 참여와 기회 ▲교육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등 크게 4분야로 나눠서 이뤄진다. GII와 반대로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평등에 가깝다.
문제는 이 평가는 국가의 전체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남녀간의 격차에만 주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건강과 생존 문제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남녀모두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후진국이 오히려 평등한 것으로 계산된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감비아의 경우 모든이가 공통적으로 의료나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 중에서 교육평등도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한국의 경우 남성이 군 복무 문제로 여성보다 대학생활이 긴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고등교육평등지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신뢰도가 상당히 의심되는 대목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UNDP에서 지난 1995년부터 발표해왔던 남녀평등지수(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 GDI)가 있지만, UNDP가 GDI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GII를 내놓으면서 2010년 폐기됐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수별로 어떤 지표를 쓰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순위를 보는 건 의미가 없다"라며 "특별히 우리나라가 낮은 분야인 정치(여성 장·차관 및 국회의원 비율)과 경제(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 등을 보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