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M&A 발표 3250억달러, 18년래 최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들어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따라 순이익이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얻게 된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6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M&A 규모가 32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8년래 최대 규모로, 법인세 인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연말까지 M&A 시장의 훈풍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표된 주요 기업들의 M&A 계획 가운데 일부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전례 없는 움직임에 투자자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미국 방송사 컴캐스트가 유럽 유료 TV 대기업인 스카이 인수 계획을 발표, 디즈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지 업체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아일랜드의 카드보드 업체인 스머핏 카파를 인수할 의사를 밝혔다.
연초 이후 발표된 3250억달러의 M&A 발표 가운데 전액 현금 인수 계획이 주식 인수를 통한 합병 계획을 3 대 1로 앞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이익 증가와 해외 이익금 환입 부담 감소가 M&A 시장을 달아오르게 한 동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보다 국내 시장 확대를 겨냥한 M&A가 많은 것도 올들어 두드러진 시장의 추세에 해당한다.
기업들의 M&A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이후 주요 기업들이 최저 임금 인상과 보너스 지급, 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M&A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의 주머니로 유입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세제개혁안 통과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3개울 사이 미국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발표는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기업 M&A가 밸류에이션 고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인플레이션과 철강 관세로 인한 충격에 주가가 급락했지만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18년래 최대 규모에 이른 기업들의 합병이 고가에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WSJ은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영자들의 결정이 현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