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학 비리' 이사진, 교장 2명 잇따라 해고
대책위, "자격없는 이사진 횡포에 학생들만 피해"
[뉴스핌=김준희 기자] 동구학원 소속 동구여중과 동구마케팅고가 교장 없는 입학 및 개학식을 치렀다. '사학 비리'에 연루됐던 이사진이 학교에 복귀해 교장 2명을 잇따라 해고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2시 30분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열린 '동구학원 정상화 촉구' 규탄 결의대회에서 해임된 동구여중 교장과 졸업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준희 기자> |
2일 오후 2시 동구여중과 동구마케팅고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두 학교 교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지난 1월과 2월, 동구학원 이사진이 권대익 동구마케팅고 교장과 오환태 동구여중 교장에게 돌연 임용 취소를 통보하면서다.
동구학원 이사진은 지난 1월 22일 동구마케팅고 교장 임용을 취소하며, "교장이 된 뒤 교장 연수를 받지 않았고, 교장공모 당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각 '불법 밀실해고'라는 반대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이 재단 비리 문제가 있던 동구학원을 정상화하기 위해 관선이사를 파견하고, 공모를 거쳐 마케팅고와 여중 교장을 임용했는데도 동구학원측이 이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동구학원 측의 해고를 두고 '이사진이 지적한 해고사유가 적절치 않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동구학원 측은 직위해제를 강행했다. 지난 2월 13일 동구여중 교장도 같은 이유로 해임했다.
동구학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에서 ‘동구학원 정상화 촉구’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정당하게 선임돼 교육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던 교장선생님들을 불법적으로 밀실해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청 승인을 받지 못해) 이사로 자격도 없는 자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해고했다"고 규탄했다.
동구학원은 지난 2012년 한 교사의 공익제보를 계기로 이사장의 횡령문제 등 총 17건의 비위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비위에 따른 교육당국의 처분 요구를 따르지 않아 이사진 전원이 해임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난해 11월 해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해임됐던 이사진이 재단에 복귀했지만, 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아직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다.
2일 오후 1시 30분 입학식을 앞둔 서울 성북구 동구여중 후문에서 '동구학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사진=김준희 기자> |
규탄 결의대회에 참석해 자신을 동구여중 졸업생이라고 밝힌 강다빈(18)양은 "진짜 좋으신 선생님들인데 이런 일을 당해서 제가 너무 억울하다. 하루 빨리 정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눈물을 터트렸다.
학부모 김경아씨도 "교장선생님도 없이 입학식을 치르게 돼서 속상하다"며 "선생님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아이들이 자유롭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성북 지역 60여 개 단체가 동참한 '동구학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북부지검에 '동구학원 이사장 사칭 및 횡령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철처한 수사를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김준희 기자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