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 집중..추가 매각 여부 미정"
[뉴스핌=김민경 기자] LS엠트론이 지난해 미국계 사모펀드 KKR에 오토모티브와 동박·박막사업부를 매각한 데 이어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사업 매각으로 재무건전성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LS엠트론 "재무건전성 강화·핵심사업 주력할 것"
28일 업계에 따르면 LS엠트론은 부품사업부 분할 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사업인 트랙터 사업부에 '선택과 집중'을 쏟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LS엠트론의 매출은 기계부문과 부품부문으로 양분돼있다. 이가운데 부품사업에 해당하는 동박사업부를 지난해 이미 매각했으며 남은 전자부품사업부와 자동차부품사업부도 올해 분할 매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사업부 매각 추진 여부에 대해 LS엠트론 관계자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겠다는 경영전략의 방향성은 맞으나 추가적인 매각이 구체화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LS엠트론의 상반기 부품부문 매출은 7057억원으로 기계부문 5537억원보다 많다. 중단영업손익을 제외한 당기순익은 420억원으로 기계부문 235억원에 비해 거의 두 배 가량 높다. 당시 KKR은 LS엠트론의 동박사업부 지분 100%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LS엠트론이 보유한 오토모티브 지분 47%도 7500억원을 출자해 가져갔다. KKR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내 회사들을 적극 발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부 매각으로 총 1조5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LS엠트론의 재무건전성은 호전될 전망이다. 재무건전성 확보는 LS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작업 중 하나다. 지난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되면서 그룹 재무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LS전선을 통해 미국 전선업체 SPSX(슈페리어에식스) 인수를 단행하면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대부분 차입금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LS엠트론의 부채비율은 202%, 유동비율은 104%다.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이 67%, 유동비율이 200% 정도임을 감안할 때 확연하게 떨어지는 수치다.
매각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오는 3월1일 사업부 분리가 완료된 1Q부터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LS엠트론 관계자는 "4Q 일부 손익이 반영되긴 했지만 모든 숫자가 정확하게 나오는 것은 1Q 마감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성장가능성 큰 동박부문 매각 득실 '안갯속'
사업부 매각을 통해 단숨에 재무건전성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미래 성장 동력을 하나 잃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S엠트론의 동박사업은 지난해 기준 국내 동박분야 시장점유율 40% 가량을 차지한다.
동박은 전기차 확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 분야 중 하나다. 전지용 동박은 전기차와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핵심소재로 음극집전체 역할을 하는 얇은 동판이다. 현재 LS엠트론과 일진머티리얼즈가 글로벌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의 장춘이 후발업체로 추격 중이다.
LS엠트론은 지난 2013년 6㎛(마이크로미터) 전지용 동박을 세계 최초로 2차전지에 적용,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두께가 얇아지면서 기존 사용하던 8㎛ 전지용 동박 대비 전지용량이 증가하면서 주문도 밀려들었다. LS엠트론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을 비롯 파나소닉, 소니, 맥스웰 등 일본 기업과 BYD, ATL 등 중국 시장의 리튬이온전지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전지용 동박을 공급했다. 특히 품질 요구 수준이 까다로운 테슬라 전기차에도 LS엠트론의 동박이 탑재됐다. 김영태 LS엠트론 전무는 "2010년부터 파나소닉에 전지용 동박을 공급한 이래 최고의 품질과 납기 대응으로 매년 50% 이상의 판매 신장을 이뤘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확대는 공공연한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GM, 포드 등 미국사들도 공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며 "1월은 계절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달인데 미츠비시, 혼다, 기아, 현대 등 새로운 모델 출시 등과 테슬라 생산속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닛산도 판매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돼 연간 판매량은 꾸준히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LS엠트론 사업부 매각으로 동박분야 시장 판도가 역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S엠트론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면서 일진머티리얼즈가 경쟁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시점에서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업체들의 경쟁력은 선제적인 증설로 규모의 경제와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한 연구원은 "사모펀드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증설에 대한 의사결정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반면 일진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에 대규모 증설을 확정했으며 장거리 주행거리에 최적화된 일렉포일을 최초로 개발해 당분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S엠트론 관계자는 회사 재무 사정상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박은 얇게 만들면 만들수록 전지 활용 가능성이 커진다. 생산 기술이 중요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우리는 여러 사업부가 있어서 동박사업부만 밀어주긴 어렵다. 주력 핵심사업인 트랙터사업부와 사출시스템사업부, 방산산업 중심인 특수사업팀을 중심으로 회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S엠트론은 LS그룹 자산총액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자회사다. 트랙터 등을 비롯한 산업기계와 동박 등 전자부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44억7124만원의 적자를 내 전년 동기 대비 47억2442만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자료=대신증권 HTS> |
자회사 사업부 매각은 LS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7월 말 8만3100원을 기록하던 LS는 10월 말 7만8700원까지 하락했다가 12월 6만63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소폭 반등해 2월 말 현재 7만원대로 재진입한 상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LS엠트론의 동박사업부 및 오토모티브 지분 매각 이후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업부 매각이 그룹 차원에서 호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지분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여러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경 기자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