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2명꼴 폭언·폭행·성범죄 피해...노조 만들어 대응 움직임
[뉴스핌=이성웅 기자] 법조계와 문화계, 대학가 등에서 '#미투(나도 당했다)운동'이 확산 중인 가운데, 피해를 호소하는 대학원생도 늘고 있다. 지도교수와 갑을관계에 있는 대학원생들은 성폭력 뿐만 아니라 폭언, 폭행 등으로 인권의 사각지대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총학생회에 따르면 본교 대학원생 19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 연구환경실태조사' 결과 KAIST 구성원으로부터 폭언, 폭행, 성희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은 16.1%인 308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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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폭행, 성범죄의 주체로는 지도교수가 138명, 지도교수외 다른 교수도 43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학생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중 교수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했다는 학생은 1222명 중 22%(269명)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부터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배우 조민기씨의 성추행 사태가 벌어진 청주대학교에선 대학원생 A씨가 지난해 9월 일본 학회 출장에서 B교수가 호텔방에 찾아와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양대학교에선 대학원생 C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도교수와 강사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하는 등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인권센터는 현재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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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학원생이 연구현장에서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대학원생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권리 찾기에 나섰다. 지난 23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이 조직엔 두달만에 23개 대학이 동참하고 있다.
대학원생노동조합은 미투운동과 관련해서도 현재 피해사례를 종합 중이다. 향후 어느정도 사례가 모이면 이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정욱 대학원생노조 사무총장은 "대학원의 경우 교수가 논문 심사권부터 인사권, 예산집행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 우리들은 중세 봉건시대의 영주나 다름 없다고 본다"라며 "교수의 잘못된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힘들어 피해자가 양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