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부회장, 대납 자수서 제출에 삼성 '여론악화' 우려
[뉴스핌=백진엽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으로 한숨 돌렸던 삼성이 차명계좌수사 등으로 다시 긴장하고 있다. 삼성은 이와 관련 눈에 띄는 대응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고심하는 모습이다.
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은 현재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와 이명박 전대통령 연루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 각각 경찰과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와 관련 삼성측은 별도의 입장이 없는 모습이다. 삼성측은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과 관련해서는 언론 보도로 내용을 접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내부의 긴장 수위는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 이후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차명계좌와 다스 관련 수사로 인해 부정적인 시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학수 전 부회장은 지난 15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다스가 BBK투자금 반환소송과 관련해 미국법원에 낸 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지난 2009년 삼성이 대신 지불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회장과 삼성 임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임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포탈,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삼성그룹 임원 72명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관리하면서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귀속분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안이 현재 와병중인 이 회장, 그리고 전직 임원 등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국정농단 사건보다는 삼성그룹 자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회장 등 현 경영진까지 엮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이다. 이 부회장의 석방 이후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다시 정경유착형 사건에 연루되면서 여론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에 대한 사정 정국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정농단 수사부터 다스 수사로 이어지면서 이번 정권 들어 1년이 넘도록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제대로 된 기업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고 결국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우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가 경제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정권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던 기업의 입장도 있는데 무작정 기업인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