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비중 높은 국내증시 한계..수급정보 '과도한 오픈'
국내 비해 완성도 부족 속 '사대주의' 인식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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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완 김민경 이광수 기자] #1. 지난 1월 17일. 노무라증권은 셀트리온 '매도' 리포트를 냈다. '정당화하기 어려운 주가'라는 이유로 목표가를 23만원으로 제시했다. 이튿날 도이체방크 역시 셀트리온 R&D 비용의 회계처리 이슈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내놓은 목표가는 8만7200원. 당시 30만원대 중반까지 치솟던 셀트리온 주가 상황을 감안하면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셀트리온은 폭락해 20만원대 중반까지 내려갔고 아직도 그 언저리를 맴돈다.
#2. 지난해 11월26일.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삼성전자 '매도' 리포트를 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소될 것이다. 2016년1월 이후 120% 오른 주가는 조정 타이밍에 왔다"고 진단했다. JP모건도 "반도체 업황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후 4일 거래일 삼성전자 주가는 10%포인트 가깝게 급락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 한장에 국내 굵직한 기업들 주가가 휘청인다. 외국계의 파급력이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이유는 뭘까. 국내 증권가에선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큰 영향력의 배경으로 ▲높은 외국인 투자 비중 ▲투명한 금융정보 공개시스템 ▲외국인 투자자의 자국 리포트 신뢰 경향과 언어적 접근성 ▲사대주의 ▲증권사 리서치 부문 축소 등을 꼽는다.
특히 외국계 리포트는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와는 달리 도드라진 의견을 낼 때가 많다. 나홀로 반대 의견을 낸 경우가 잦다. 그런 기억이 투자자들 뇌리에 뚜렷이 남아있다는 점도 영향력이 지속되는 이유다.
일각에서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는 경우도 많다. 국내 보고서에 비해 철저한 분석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저 과거 대부분의 리서치가 '매수'를 외칠 때 외국계만 '매도' 의견을 내 들어맞은 것이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국내 수급 정보가 과도하다는 시스템 문제가 거론됐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과 달리 금융시장 정보가 대부분 공개돼 있어 투자자 수급 상황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돼 있다"면서 "특히 외인이 빠지면 실시간 알 수 있는데 외국계의 '매도' 리포트 이후 외인 이탈이 확인되면 '위기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참고로 미국 등 외국의 대부분은 수급 주체들의 실시간 수급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외국인들의 자국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 이유 중 하나. 증시 한 관계자는 "국내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보다는 자국 리포트를 신뢰하기 마련"이라며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높다보니 외국계 리포트의 영향력이 큰 건 당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이들이 '매도'의견을 내면 외국인 이탈과 함께 주가가 떨어지고,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이 동참하면서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매번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594조4000억원으로 전체 1620조2000억원 중 36.7%를 차지한다.
외국인이 수급을 주도해오던 종목에 대한 영향력은 더 크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셀트리온은 외국인이 사들이며 많이 올랐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부정적 리포트를 내면 투자자들은 외국인 매물 부담감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패닉셀(공포감 속 투매 현상)'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실제 노무라증권 리포트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16일, 셀트리온의 외국인 지분율은 29.20%였다. 하지만 다음날 '매도'리포트 이후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며 지난 5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26.97%까지 줄었다. 이 기간 주가는 34만7400원에서 28만4200원까지 내렸다.
오래전부터 만연돼 온 '사대주의'를 주된 요인으로 꼽는 이들도 많았다.
증권사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들은 "사실 외국계 리포트 적중 확률이 높지 않다. 국내기업에 대한 분석력은 외국계보다 한국 증권사들이 더 잘 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금융 사대주의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부는 언어적인 문제도 거론한다.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상당수가 언어적인 편리함때문에 외국계 리포트를 주로 본다"면서 "일부 국내사들이 번역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