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이윤청 수습기자] "작년 겨울부터 연습했는데, 사실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을 못 했죠. 그런데 지금 실제로 관객들이 와서 공연을 보고 있네요."
배우 박형준(49)이 MBC탤런트 극단의 연극 '쥐덫'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MBC탤런트 극단은 지난해 10월 MBC 공채 17기 배우 윤철형이 기획해 MBC 공채 탤런트들이 모여 탄생했다. 전 MBC PD 정세호가 연출 겸 대표를 맡고, 최완규 작가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극 '쥐덫'은 영국의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1947년 BBC 라디오드라마 극본으로 쓴 '세 마리의 눈먼 생쥐'(Three Blind Mice)가 원작으로, 1952년 영국에서 공연된 뒤 세계 최장의 공연 기록을 세우고 있는 작품이다. 폭설로 갇힌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는 추리극이다.
"정세호 감독님을 모시기 전에는 창작극을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쥐덫'으로 바뀌면서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어렸을 때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도 많이 읽었고, 얼마 전에 영화 '오리엔탈 특급살인'도 개봉하고 다시 재조명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진 몰랐지만 뭐든 주어지면 해야겠다 생각했죠. 대본리딩만 하는데도 너무 재밌었어요."
박형준은 '쥐덫'에서 살인사건 용의자를 찾는 트로터 형사로 열연한다. 눈 쌓여 도로가 마비된 상황이지만 스키를 타고 찾아오는 등장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작은 웃음을 주는 반면, 추리 과정에서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여기 나오는 캐릭터가 다 개성이 강하고 사연을 숨기고 있어요. 하지만 '트로터'에 가장 애정이 가죠.(웃음) 처음에 모여서 대본 연습을 할 때도 그랬고, 트로터 역할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하고 싶어 했어요. 공연을 본 지인들, 배우들도 모두 이 역할 자체가 다 매력적이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카메라 앞이 아닌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공연이 거듭될수록 더욱 나아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오른다. 그는 "방송은 영구적으로 남지만 무대는 매일 새롭다. 불 같이 태웠다가 소멸되는게 매력"이라고 전했다.
"매일 공연하면서 새롭게 느껴가는 부분들이 많아요. 처음에는 무대 위에서 형사인 모습, 공포를 주기 위해 살인사건의 정보를 위주로 연기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여유가 생겼어요. 내면적으로 초반에는 단편적이었다면, 지금은 복합적인 마음이 생기면서 무대에서 배우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여유와 재미가 생긴거죠."
박형준은 1989년 MBC 1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연기 30년차 베테랑임에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연기' 때문이다. 연기자를 '프로 야구선수'로 비유한 그는 "항상 경쟁해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연기에 대한 배움을 멈출 수 없다.
"프로 야구선수는 은퇴가 있다면, 연기자는 오랫동안 할 수 있죠. 꽤 오랫동안 연기를 했는데, 방송에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더라고요. 대중이 신선한 사람들을 원하는게 시대의 흐름이고, 그걸 이겨내려면 제가 변화해야 했어요. 연기를 이어가고 공부를 해야겠는데, 연극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공부를 하고 있는 거에요."
30년간 연기를 이어오면서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스스로 '연기 말고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박형준은 MBC탤런트 극단을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대학로가 더욱 살아나길 바라고 있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위기가 많았어요. 사람들에게 이대로 잊혀지고 소멸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극단이 아니었으면 연기를 안 했을 지도 몰라요. 연기자로서 방송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연기하는 사람들의 폭이 더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연극영화과를 졸업해서 사회로 나오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한데, 그 사람들을 다 소화해낼 수 없는 상태죠.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아서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연기자들이 마음 편하게 기회들이 많이 주어지길 바라요."
MBC탤런트 극단은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배우들을 뽑고, '쥐덫' 앵콜 공연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형준 역시 극단과 함께 연기를 계속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쥐덫'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쥐덫'은 고전 작품이에요.66년째 영국에서 매일 공연되고 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형사의 입장이 돼서 같이 범인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반전도 있으니 재밌게 관람하실 수 있을 거에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이윤청 수습기자(deepblu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