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초기 의구심 해소…상품성 확인후 채권형 운용사 늘어
"금리 인상기에도 단기물은 큰 영향 없어"
[뉴스핌=이광수 우수연 기자]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채권형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교보증권이 지난해 3월 출시, 한 때 누적 3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흡수하며 업계 관심을 받던 채권형 헤지펀드는 최근 유사한 스킴(scheme)의 펀드들이 잇달아 설정되며 또 하나의 '대세'가 됐다.
시장 초창기에는 다른 유형의 헤지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전략이 단순해 업계 일각에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안정적이면서도 금리에 알파 수익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 채권형 운용사 두 배 증가…"상품성 인정 받아"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후 올해 초까지 석달만에 채권형 헤지펀드 운용사는 두 배로 늘었다. 기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흥국자산운용, 교보증권, 신영증권, 토러스투자증권에 이어 작년 연말부터 신한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 DB자산운용, JB자산운용이 새롭게 채권형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올해 처음 인하우스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키움증권도 첫 헤지펀드로 레포매도 전략을 활용한 채권형을 설정했다. PBS(프라임브로커서비스)를 계약하지 않아 외부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첫 헤지펀드로 채권형을 설정한 이후 점차 유형을 다양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개수도 작년 12월 이후 75개가 새롭게 설정됐다. 대부분 만기 3개월의 단기 상품으로 최근에는 이보다 짧은 72일, 1개월 만기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A증권사 헤지펀드본부장은 "처음에는 운용 방식에 대해 업계 의구심이 있었지만 시장 반응이 좋고 일정기간 운용이 잘 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채권형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관‧자산가, 0.01%p라도 더"…단기자금 수요 꾸준
채권형 헤지펀드의 설정액 규모가 늘어나는 까닭은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기관투자자들과 거액자산가들 덕분이다. A증권사 PBS 관계자는 "금리에 알파를 더한 수익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들 수요가 있다"며 "금리가 2%면 (채권형 헤지펀드를 통해) 2% 중반은 고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법인에서 0.4~0.5%p 금리 차이면 상당한 수치"라고 말했다.
B운용사 헤지펀드본부장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실제로 풍부해진 단기 유동성을 단순 만기매칭형 단기채권펀드나 MMF(머니마켓펀드)로 운용하던 것에 만족하지 않던 투자자들이 존재했다"며 "이들에게 레버리지 전략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C증권사 헤지펀드 운용역은 "현재 단기 시장에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운용 스킴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고정금리는 아니지만 만기까지 높은 확률로 확정 금리를 받을 수 있어 물밀듯이 돈이 들어온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미국 증시 급락으로 하루 아침에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 선호 기류로 투자심리가 바뀌며 미국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국채가격 상승)하며 채권형 펀드 수익률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선 A증권사 헤지펀드본부장은 "만기 3개월 단기물은 금리 변화에 큰 영향이 없고, 만기가 6개월 이상인 경우에도 스왑(swap)으로 헤지(hedge)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