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성동 사퇴 요구에 한국당 '국회 보이콧' 선언
3월 중하순 개헌 발의 마지노선…靑 '개헌 시계' 서둘러
[뉴스핌=조세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8일부터 국회 상임위원회를 기한 없이 전면 보이콧하기로 하면서 시급한 개헌 논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 대립이 심화되면 타협과 양보가 필요한 개헌안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당은 지난 7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자 항의 차원에서 무기한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 여당이 법사위를 걷어차고 파행시켜 마비됐는데, 나머지 16개 상임위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겠느냐"며 "이같은 만행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있는 사과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당은 2월 국회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의 입법 보이콧 선언이 있자마자, 아무 관련 없는 다른 상임위 보이콧에 나서 2월 임시국회를 혹한기로 만들었다"며 "국회 전체를 볼모로 잡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면서 법률안 뿐만 아니라 개헌 논의도 요원해지고 있다. 전날 국회 헌법개정ㆍ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개헌 소위에서 정부 형태와 관련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며 빈손으로 끝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제시했지만 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웠다. 개헌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6·13 지방선거, 동시개헌 투표와 관련한 시기에 대해서도 여야가 크게 엇갈렸다. 여야 이견이 첨예한 가운데 국회 파행까지 겹치면서 여야의 개헌 합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여야의 감정적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청와대발(發) 개헌 시계는 바짝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정책기획위원회에 개헌안 마련을 지시하자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이 "2월 13일 개헌특위를 출범하고 3월 중순에 개헌안이 마련되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개헌 시간표를 내놨다.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준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
청와대가 개헌 추진을 서두르는 이유는 6·13 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위해선 20일 이상의 공고 기간과 그로부터 60일 이내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 3월 중하순이 개헌안 발의 마지노선이 된다는 얘기다. 국민 여론 수렴과 조문화 작업 등을 고려하면 서둘러 개헌안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회 합의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가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독자 개헌 플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7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의 말씀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희망하지만, 국회 합의에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합의가 안 될 경우 지방분권, 기본권 강화 개헌이라도 먼저 하자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개헌 소위 여야 의원들은 오는 12일 다시 한번 정부 형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회 파행과 설 연휴 등이 겹쳐 진척을 이루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