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변동성 상품 규모 확실히 몰라"
크레디트스위스, 변동성 연계 ETN 청산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뉴욕 증시를 폭락세로 돌변시킨 변동성 상품의 규모가 얼마나 크고 광범위한지 시장 전문가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월가 내부의 80억달러 VIX 시한폭탄'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발표한 변동성지수(VIX)는 S&P500 옵션 가격의 내재 변동성을 이용, 향후 30일간의 기대 변동성을 지수로 산출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VIX 하나에만 묶인 상품 규모가 80억달러(8조7000억원)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고 잠잠한 시장 상태가 계속되면서 수익률과 수수료 수입을 높이려는 투자자와 은행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변동성 매도 상품에 달려들었다.
그동안 시장은 이례적일 정도로 고요한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안일함은 10년 전 모기지 투자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잠재 위험을 가리고 있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변동성 ETP 운용자산 규모 그래프 <자료=블룸버그통신> |
물론 2008년과 같은 시장 붕괴를 예고하는 사람은 없지만 최근 증시 폭락세는 변동성 연계 상품의 위험성과 복잡성을 노정하고 있다. 지난 5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약 1600포인트 폭락한 뒤 가파르게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6일에는 다우지수의 장중 등락 폭은 약 1200포인트에 달했다.
일부에게는 변동성 연계 상품이 그림자 속의 괴물처럼 느껴진다고 통신은 전했다. VIX 고안자조차도 이러한 상품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고 있다.
VIX를 고안해 낸 사람 중 한 명인 디베시 샤는 "모두가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버스(逆) VIX는 어느 시점에서 제로(0)가 될 것이다. VIX에 묶여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은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큰 비용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불안을 가중하는 것은 시장 전략가와 머니 매니저, 그리고 이러한 제품을 만든 은행가들이 이 시장이 얼마나 크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또 정확히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판매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VIX는 약 25년 전에 출시됐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VIX 연계 상장지수증권(ETN)을 처음 판매했다. 금융권에서는 티커 VXX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바클레이스의 닉 처니가 상장지수상품(ETP) 개발 회사 벨로시티쉐어스 창립하면서 변동성 상품 출시에 불이 붙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회사의 가장 큰 ETN 발행사로 부상했고, UBS와 씨티그룹이 뒤를 이으며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하지만 6일 변동성 축소에 베팅하던 이들 상품이 폭락하면서 여파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변동성에 연동한 투자 상품 중 하나인 '벨로시티쉐어스 데일리 인버스 VIX 숏텀 ETN'을 청산(환매)키로 결정했다. 또 같은 10개 이상의 상품 가치가 '0'으로 떨어지면서 거래가 중지됐다.
변동성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들의 가격 폭락은 지난주 주가가 급락하고 변동성이 2015년 이후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시작됐다. 6일 VIX는 50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시장의 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 9월말 기준 청산 조치에 들어간 ETN 보유 규모가 32%로, 이로 인해 어떠한 트레이딩 손실도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손실은 월가가 상품 익스포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클레이스는 이번 사태로 변동성 타깃팅 펀드 사이에서 레버리지 해소가 이뤄져 향후 수일간 2250억달러의 주식 매도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