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외국인 대주주 범위 확대, 실효성 없고 추적도 불가능"
기재부 "입법예고 마지막날(29일)까지 검토중…추후 공지할 예정"
[뉴스핌=우수연 기자] 기획재정부가 외국인 주식 양도세를 매기는 대주주의 범위를 강화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해당 개정안의 입법예고 마지막 날까지도 여전히 업계와 정부는 절충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당초 기재부는 오늘(29일)까지 외국인 주식 양도세 강화를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기로했다.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제 179조 11항)에 따르면 외국인(비거주자)이 5% 이상 소유한 상장주식을 양도할 때 과세되도록 양도소득 과세 범위가 확대된다. 외국인 대주주의 요건이 기존의 25%에서 5%로 크게 낮아지면서,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고 세금을 내야할 외국인 투자자의 범위가 넓어진 것.
당초 해당 세법개정안은 올해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하기로 했으나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업계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적용시기를 6개월 가량 늦추기로 했다. 따라서 해당 개정안이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대통령 재가의 절차가 모두 통과할 경우 오는 7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자료=기획재정부> |
◆ 외국인 대주주 확대 개정안 입법예고…금투업계 반발하는 이유는
시행착오 기간을 고려해 정부에서 6개월 가량 도입시기를 늦췄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투자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투업계는 외국인 투자자의 대주주 지위를 지분율 5%로 낮춘다고해도 실제적인 과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약 국내 A기업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중 5%의 지분을 매도하고자 할 때, 결제일(T+2)일 이전에 남은 지분율과 취득원가를 확보해서 고객에게 각종 거래세 및 비용을 포함한 결제금액을 통보해야한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이같은 실시간 취득원가 파악이 불가능하며, 외국인의 경우 다수의 공모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당 주식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일도 어렵다.
결국, 증권사에서는 과세를 하지 않았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래대금의 11%를 원천 징수하고 차후에 실질적인 귀속관계를 파악한 이후에 세금을 환급해주는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회비용과 번거로운 절차를 감내하고서라도 과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반면 기재부에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중과세 방지 조세협약을 체결하고 있어 실제적으로 과세되는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과 조세협약을 맺지 않고 있는 나라는 룩셈부르크, 싱가폴, 홍콩, 호주 등 총 11개국으로 이들 국가의 한국 주식 보유비중은 외국인 보유비중 전체의 18%에 달한다.
또한 MSCI나 FTSE 등 글로벌 지수산출 업체들도 이번 대주주 범위 확대가 국내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경고하고 나서면서 시장에 우려감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Emerging Market Index와 MSCI Korea Index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ETF의 순자산 총액이 약 494억달러임을 감안할 때, MSCI에서 한국 비중을 축소한다면 국내 주식시장 패시브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 정부 vs 금투업계, 절충안 찾기…긴장감 팽팽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정부는 개정안의 최종 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 관계자는 "오늘까지 입법예고를 시행하고 검토를 마쳐 변경내용이 있으면 별도의 자료를 통해 발표할 예정"라며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외경제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국인 투자자 양도세 과세 확대 방안에 대해 유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개정안을 단기간에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외국인 양도과세 확대와 관련해) 유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서 나온 목소리나 해외투자자가 가진 일부 관심 등을 종합적이고 신축적으로 보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투업계에서는 시행 유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세를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개정안을 미룬다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에서 검토했던 한국거래소와의 가격추적시스템 개발 등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현실화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도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를 지속할지는 의문"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라, 취득원가 확인 불가 등 실무적인 문제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철회'가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