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법인 설립하고 국내 자금 빨아들여
법 미비로 과세도 규제도 안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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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열기를 반영하듯 ICO(Initial Coin Offering) 시장도 빠르게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ICO를 불허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 해외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서 투자금을 빨아드리는 ICO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ICO란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 공개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비슷하다. 개발한 가상화폐를 초기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거래를 개시하는 것이다.
25일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산 ICO의 열기는 부쩍 뜨거워지고 있다. 앞서 ICO를 한 국산 가상화폐가 상장 초기보다 몇 배로 가격이 오르는 성공 신화가 확산된 것도 일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산 가상화폐 아이콘(ICX)이나 메디블록(MED), 보스코인(BOS) 등이다.
이렇다보니 새로운 ICO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이 출자해 설립한 KBIDC는 가상화폐 스타크로에 대해 오는 2분기 내 ICO를 진행할 예정이다. 벤처기업 리얼리티리플렉션의 스마트폰의 VR기능을 이용해 증강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가상화폐 모스랜드(MOC)가 오는 29일부터 ICO를 예정하고 있다.
최근 스타크로 ICO와 관련 사기 사례가 발생하자 개발사 KBIDC 측은 사이트에 경고문을 공지했다. <사진=스타크로 사이트> |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향후 가상화폐 시장에서 세계 주요 가상화폐와 미래 가능성을 겨룰 가상화폐가 태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제는 '무늬만 국산'
하지만 이들을 온전히 국산 가상화폐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적지 않다.
촤근 IOC를 통해 800억원대 자금을 모은 HDAC는 정대선 현대BS&C 사장이 설립자로 등제됐고 대부분의 스텝이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범현대가에서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한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도 사실.
다만 이 가상화폐의 국적을 국산으로 하기엔 애매하다. 가상화폐 HDAC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법인은 스위스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ICO에 성공한 메디블록도 비슷하다. 메디블록은 치과의사인 고우균, 영상의학전문의 이은솔 공동대표가 설립, 개발한 가상화폐다. 의료 전문 블록체인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메디블록은 ICO 기간에 약 30억개가 넘는 코인을 팔아치우며 약 70억원대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메디블록 역시 법인은 지브롤터에 설립돼 있다.
최근 ICO를 예정한 곳도 다르지 않다. 가상화폐 모스랜드는 손우람 대표를 비롯한 한국인으로 개발팀이 구성됐지만 실제 법인은 에스토니아 공화국에 설립됐다.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이 출자해 설립하는 KBIDC의 스타크로 역시 스위스와 싱가포르에서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상화폐 개발을 국내에서 하더라도 실제 발행기업이나 재단을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 법인 외국에 설립하면 세금 안내고 규제 안받아
가상화폐 개발사의 망명 아닌 망명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적지 않다. 이들 가상화폐는 대부분 국내 언론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거나 우리말 SNS를 운영하며 적극적인 ICO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결국 국내 중심으로 투자유치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세금은 전무하다. 해외법인인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국내 법에 정해진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환불은 고사하고 아예 ‘먹튀’를 하더라도 국내 수사기관의 수사가 쉽지 않다. 이를 악용하는 가상화폐 사기(스캠) ICO나 다단계 ICO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업계에서도 할 말은 있다.
국산 가상화폐 보스코인을 개발한 블록체인OS의 차용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국내에서 직접 하고 싶어도 ICO로 투자받은 가상화폐를 회계상 처리할 방법이 도무지 없다”며 “국내에서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어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ICO는 통상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받는다. 국내 법으로는 투자, 판매로도 처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측도 속수무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설립 법인이 국내에서 도박장을 운영할 경우 적발이 가능하듯 해외법인이 국내에서 ICO 투자자를 모집할 경우 국내 법에 적용을 받게 돼 있다”며 “다만 ICO 자체가 법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라서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ICO를 법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은 의문이 많다. ICO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려면 가상화폐를 유가증권으로 인정해야한다. 또 유사수신법으로 규제하려면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분류해야한다. 현재의 법 체계로는 법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많다.
결국 제도의 미비와 사각지대에 놓인 ICO는 국산이면서도 국산이 아닌, 그러면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해외로 빨아들이고 세금 한푼 안내는 기형적 존재가 돼가고 있다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