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지표 호전…국제유가 상승 착시현상
가파른 환률 하락에 수익성은 되레 악화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지난해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속빈강정' 신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단가가 올랐지만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손에 쥐는 원화는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됐다는 얘기다.
특히 환율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한 상태이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대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작년 수출 사상최고…지표 좋지만 속빈강정 우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대비 15.8% 늘어난 5739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입도 17.7% 증가한 4781억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 이후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성과는 국제유가 상승의 혜택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2016년 배럴당 40달러대에서 50달러 초반에 머물렀던 국제유가가 지난해 60달러를 돌파하면서 큰 폭의 회복세를 보였다.
이를 발판으로 원유수입액이 크게 늘어나고 관련 수출품의 수출단가도 덩달아 올랐다.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은 수익성이 크게 호전됐지만 단가만 올랐을 뿐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한 곳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이 15.8%나 늘었지만 물량기준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그나마 '잘 나갔던'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줄어든 품목도 적지 않다. 국제유가상승과 반도체 호조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수출당국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수출기반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수출 목표도 예상보다 낮은 수준인 '4% 증가'로 잡았다.
김영삼 무역투자실장은 "올해는 세계 경기 및 교역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나,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한국은 원화강세, 고금리, 유가상승 등 '신 3고 현상'에 따른 하방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원화강세 당분간 지속…수출기업 수익성 악화
문제는 원화강세가 생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고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후 급락하고 있는 달러/원 환율이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선 1000원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5일 종가기준 1062.7원을 기록하며 1060원선마저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이는 2014년 10월30일(1055.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그래프 참고).
(자료: 한국은행) |
이처럼 가파른 원화강세는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힘들게 수출을 해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것. 단기적으로는 환변동보험 등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원화강세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1000억달러에 가까운 무역흑자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요인이다. 더불어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연임을 위해 달러약세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최용민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되어 올해 한 자릿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면서도 "국제유가 상승은 수출 증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원화강세로 인해 수출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