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지요인 나와도 달러 반등 '역부족'
감세안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우려도 달러에 부담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외 글로벌 경제 성장 흐름 가속화로 투자 자금이 엔과 유로, 신흥국 통화로 유입되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ICE 달러지수는 지난 금요일 3년여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수는 지난해 10% 가까이 떨어져 2003년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낙폭을 기록한 상태다.
ICE 달러지수 3년 추이 <출처=마켓워치> |
투자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글로벌 경기 개선 신호들이 나오고 있는 점과 유럽 및 일본 중앙은행이 결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와 발맞춰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할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달러 매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뛰긴 했지만 나머지 주요 지수들이 해외 증시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은 시장이 미국 시장을 후순위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TD증권 외환전략 북미대표 마크 맥코믹은 “달러 흐름은 글로벌 (시장)체제 변화 중 하나”라며 “유럽이나 일본 같은 경제국들이 시장 선호 지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전이라면 달러 지지요인이 됐을 경제 지표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달러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발표된 강력한 미 소비자물가 지표와 최근 몇 주 간 미국채 수익률 상승 흐름도 달러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현재 애널리스트들 상당 수는 미 감세안 통과가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져 올해 달러 약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 재정 적자가 늘면 정부가 채권을 팔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그만큼 달러는 약세를 보이게 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미국 재정 적자가 내년에 1조 달러,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2017 회계연도에 기록한 6640억달러, GDP의 3.4% 수준에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최근 달러 약세가 당연한 시장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1년 저점 이후 달러 가치가 25% 가까이 치솟은 것이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친 상승 폭이었기 때문에 가치가 내려오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또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소폭 더 떨어질 경우 해외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 될텐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달러 약세는 연준에게 금리 인상에 대한 운신의 폭을 더 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가 더 하락하면 미 경제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오를대로 오른 증시 밸류에이션이 무너질 수 있으며 급격한 달러 약세는 물가 상승세를 지나치게 부추겨 연준의 금리 인상 노력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