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베어더뮤지컬'이 가장 극한 상황에 놓인 성 정체성의 위기를 그려낸다. 유쾌한 10대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 속 묵직한 메시지가 여운을 남긴다.
오는 2월 25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베어더뮤지컬'이 공연 중이다. '벌거벗은'이라는 의미의 'Bare'를 갖다 붙인 것처럼, 이 뮤지컬은 성 정체성의 문제를,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한꺼풀 벗겨낸다. 여느 성 소수자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과는 또 다른 결의 충격과 깨달음을 안긴다.
◆ 정휘·임준혁의 미친 케미스트리…실력파 배우들이 주는 안정감
오프닝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홀로 고민하다 혼란에 빠진 피터(정휘)가 제이슨(임준혁)을 만난 순간, 바로 그때부터 객석은 당황한다. 수위 높은 스킨십과 동성 키스신, 애정신이 이어지는 동안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다면 그건 배우들의 미친 케미 덕이라 봐도 무방하다.
정휘는 섬세한 감성의 고등학생 피터에게 깊이 몰입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교내 킹카 제이슨 역의 임준혁 역시 탄탄한 연기와 보컬 기량을 갖춰, 객석은 그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든다. 단 몇 분 안에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두 배우는 찰떡 호흡을 과시한다. 첫 출연임을 감안할 때 거의 모든 장면에서 둘은 완벽에 가까웠다. 모든 신에서 넘버가 대사와 유려하게 이어지는 와중에도 단 한치의 실수 없이 소화하고 훌륭한 전달력을 과시한다.
아이비 역의 허혜진은 제이슨과 파격적인 베드신(?) 전후로 변하는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해낸다.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들로 분한 앙상블 역시 수준급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샨텔 수녀 역의 정영아도 '단지 사랑일 뿐, 세상에 쓰레기는 없다'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주요 넘버에서 관록과 노련함으로 무게감 있게 중심을 잡는다.
◆ 충격적 소재와 사건, 대사의 연속…어쩌면 위험한 '양날의 검'
다만 '베어더뮤지컬'의 첫인상은 물론 관람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조차 충격적인 사건과 장면의 연속이다. 수위가 센 동성 스킨십 장면은 역시나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필요한 장면임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반복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단어들이 모든 대사와 넘버에 연속적으로 등장한다는 점. '호모새끼'나 '더럽다'는 대사와 가사, 침을 뱉는 설정 등 난무하는 혐오 표현이 이 뮤지컬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하는 데 과연 도움만 되는지가 의문이다.
거의 막장극에 버금가는 사건 구성과 전개도 받아들이기 힘겹다. 성소수자라 불리는 이들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를 설정했다 해도, 미성년자인 인물들의 성생활과 임신, 미혼모 설정은 가볍게 보고 즐기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소수자들에게 한없이 자극적이고 잔인한 극중의 모든 요소가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이 뼈아프게 와 닿는다. 이것이 '베어더뮤지컬'이 벌거벗겨내려는 진실과, 진심의 민낯이 아닐까. 오는 2월25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오픈리뷰